삼성그룹, 새롬기술과 손잡고 인터넷벤처 투자 본격 착수

  • 입력 2000년 1월 11일 19시 52분


삼성그룹이 미국과 국내에서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 사업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롬기술(사장 오상수·吳尙洙)과 손잡고 인터넷벤처 투자에 본격 나섰다.

새롬기술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그룹에 80만주(지분율 4.5%)의 신주인수권을 넘기고 양사가 다이얼패드의 세계시장 진출사업에 공동 협력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새롬기술은 유상증자를 통해 오사장과 임직원이 행사할 예정인 각각 70만, 10만주의 신주인수권을 삼성측에 모두 넘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오사장에 이어 새롬기술의 2대 주주가 부상한다.

오사장은 “삼성의 인적자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받아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다이얼패드는 현재 미국 187만명, 국내 5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3월부터 서비스국가를 일본 중국 유럽 등 10여개국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지분 인수일은 24일. 양사는 정확한 인수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당 신주발행가인 7만7900원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다고 오사장은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분인수 규모가 적어도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

▽삼성의 인터넷벤처 사냥 본격화=새롬기술 지분 인수는 형식적으로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실제 제휴를 추진한 주역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외아들인 재용(在鎔·32)씨라는게 정설. 재용씨는 지난해말 삼성SDS-유니텔 분사에 깊게 관여하면서부터 인터넷비즈니스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재용씨는 국내 유망 인터넷 벤처기업에 최고 29%의 지분 인수를 제휴하는 등 이미 인터넷 사업 분야에서 맹활약을 벌이고 있다. 새롬기술은 삼성의 인터넷벤처 제휴의 첫 신호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지난해말 재용씨가 삼성SDS 분사에 관여한 후 이 회사 주가가 18만원에서 90만원대까지 수직 상승하자 증권가에서는 ‘손정의칩’에 이어 ‘이재용칩’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이에 따라 삼성이 투자하는 인터넷벤처의 성장성을 높이 보고 재용씨의 투자제휴 인터넷기업 리스트를 찾는 투자자들도 등장했다.

재용씨의 인터넷 기업사냥은 늦어도 다음달말까지 정확한 윤곽이 들어날 전망. 재계에서는 재용씨가 인터넷비즈니스에 본격 참여하면서 사실상 삼성의 3세 경영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이병철회장이 제당, 이건희회장이 반도체로 삼성을 키웠다면 재용씨의 차세대 주력사업은 ‘인터넷’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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