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매다는 남성’ 급증…여성스런 보살핌 절실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9시 07분


최근 30대 은행지점장의 자살이 세간에 충격을 던졌다. 통계청이 국민들의 사망신고서를 분석, 9월 발표한 ‘9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률이 10만명당 20명으로 전년(14명)보다 41%나 늘어났다. 특히 남성의 자살 증가율(49%)이 여성(27%)을 크게 앞질렀다.

남성의 자살이 이처럼 증가한데는 IMF관리체제를 비롯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컸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제2의 사춘기’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중년 직장인 남성의 심리를 분석한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의 저자 정혜신박사(신경정신과)는 “남자의 중년은 사춘기 못지않게 불안한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30대 중반이 넘으면 남성의 몸에서는 여성 호르몬이, 여성에게는 남성호르몬이 늘면서 남성은 감성적이 되고 여성은 강해진다. 그러나 ‘강한 남자’가 돼야한다고 배우며 성장, ‘맨 콤플렉스’를 지닌 남성이 이같이 달라지는 자신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나’를 잊은 채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가 어느 순간, 돈 성공 승진이 모두 모두 덧없어지며 맥이 풀리지만 어느새 ‘터프한 아줌마’로 변한 아내들은 이런 남편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업무에서 오는 과중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동수교수(정신과)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겪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느냐에 따라 ‘도전’이 될 수도 있고 ‘고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로 홧김에 자살을 생각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죽을 준비를 다 해놓고 “죽어버리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죽을 용기로 살아라”“처자식을 생각하라”는 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만 부추기기 때문이다.

“죽을 결심을 했다는 30대가 일주일에 3명정도 찾아옵니다. ‘약을 얼마나 모았느냐’ ‘자살할 장소는 정했느냐’고 물으면 ‘70알’ ‘관리사무소 뒤’라고 구체적으로 대답하지요.”

정박사는 “죽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상의하면 그들은 되레 김이 빠져서 마음을 바꾼다”며 “무엇보다 아내와 가족 친지가 ‘여성스럽게’ 남성을 보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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