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늑장 빅딜협상탓 「반쪽」사업 발동동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11분


LG반도체 인수가격을 둘러싸고 현대와 LG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현대전자와 LG반도체 모두 통합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G반도체 관계자는 30일 “당초 3월초로 예정한 64메가D램 5세대 라인 도입을 5월 이후로 무기연기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5세대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뿐. 생산 효율이 월등한 5세대 라인이 도입되면 64메가D램의 생산원가를 훨씬 끌어내릴 수 있게 된다. 먼저 도입하는 만큼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 도입시기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상태.

LG반도체는 또 64메가D램의 뒤를 이을 2백56메가D램도 양산에 들어가기 직전 단계에서 연구가 지지부진한 상태. 이에 따라 3월로 예정됐던 시제품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LG관계자는 “무엇보다 직원들이 의욕을 잃은 게 가장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라인은 돌아가고 있지만 사기 저하로 수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사기를 높이기 위해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느라 회사는 1천억원 이상의 돈을 지출했다.

더구나 컴팩 델 등 고정거래선이 LG반도체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LG측은 “대형 PC메이커의 경우 보통 몇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게 관례였으나 최근에는 급할 때만 주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시장점유율을 일본이나 미국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1천5백여명에 이르는 LG반도체 연구인력의 동요도 심상치않다. 연구원들 사이에선 “얼마전 퇴직한 아무개가 말레이시아의 새로 생기는 반도체회사로 갔다더라”는 등의 소문이 나돌면서 심리적인 동요를 부추기고 있다. 이때문에 통합 후에도 정상적인 연구활동을 벌이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전망.

통합 작업이 늦어져 애를 태우기는 인수업체인 현대전자도 마찬가지. 현대전자 관계자는 “통합법인의 시설투자 규모와 라인 운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측은 지난해 12월 반도체 통합 주체로 선정될 때만 해도 늦어도 올해 7월이면 통합법인이 공식 출범하고 2000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주식양수도 계약이 지연되면서 통합법인의 출범 시점도 상당기간 미뤄질 전망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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