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기타를 머리카락속에 숨기는 것은 가능하다.
7월 미국 코넬대가 선보인 「나노 기타」의 길이는 겨우 1백분의 1㎜. 20개를 한 줄로 길게 늘어 놓아야 머리카락 지름 정도의 길이가 되는 것이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6줄이 모두 달린 어엿한 「기타」다. 줄의 지름은 2만분의 1㎜.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이뤄지는 기술 대결. 세계적으로 「나노테크놀러지」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접두사. 나노테크놀로지는 보통 1백 나노미터(㎚) 정도의 크기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관련 기술을 의미한다.
원자를 마음대로 떼었다 붙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숯의 분자 구조를 바꿔 같은 탄소 화합물인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나노테크놀러지가 21세기의 연금술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세포를 인식하는 초소형 로봇을 혈액속에 침투시켜 정상세포를 그대로 둔 채 암세포만을 제거하려는 야심찬 계획도 나오고 있다.
86년 「창조의 엔진」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 개념을 정립한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는 『나노테크놀러지는 건강에서 식량 문제까지 인류의 모든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회의론자들은 『원자나 분자를 조작하려는 계획을 「권투 장갑을 끼고 레고블록을 조립하려는 것」처럼 무모하다』고 지적한다. 원자나 분자를 한 곳에 모으거나 쌓아올릴 수는 있지만 하나하나 끼워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임스 플러머교수(전기공학)는 『분자 크기의 초소형 의료로봇은 동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난제』라며 『현재의 기술 발달 수준으로 볼 때 최소한 25년 이상 걸려야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8일 미국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서는 포어사이트협회 주최로 제5회 나노테크놀러지 국제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라이스대 리처드 스몰리교수(나노과학센터)가 기조 연설을 한 이 행사에는 애플 포드 지벡스 등 내로라하는 기업체들이 대거 후원사로 참여,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