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피플]컴퓨터봉사회 회장 한성원씨

  • 입력 1997년 6월 11일 07시 54분


컴퓨터로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뛰는 사람이 있다. 컴퓨터봉사회 韓聖源(한성원·36)회장. 그는 컴퓨터로 인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컴맹의 전화」(02―3673―4482)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모임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전산과 학생, 학원강사 등 컴도사 50여명이 모여 4년전 만든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고컴퓨터의 재활용을 통해 「컴퓨터 소유의 계층 벽을 허물자」는 운동을 펴고 있는 중. 286이나 386같이 「못쓰는 구형 컴퓨터」를 기증받아 고아원이나 장애인단체 양로원에 갖다주고 무료 교육도 한다. 이미 성남 자애원의 집, 중국노동자센터, 파주 은혜의 집에 모두 70여대의 중고 컴퓨터를 기증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이 컴퓨터 통신에 빠지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비록 느려터진 2천4백 모뎀을 단 286이었지만 그들은 마치 날개를 얻은듯한 표정을 짓더군요』 한회장을 비롯한 봉사회 회원들은 요즘 구형 컴퓨터를 버리는 사람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아파트 문을 나서다 누군가 경비실 앞에 버려 놓은 386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런데 웬걸, 밤새 비를 맞아 다 젖어 있었다. 요행히 비에 젖지 않은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떼어왔다. 이미 기증받은 386들의 부품으로 제작중인 「새」 컴퓨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늘 이런 식이다. 버리는 컴퓨터 3대 정도를 기증받으면 쓸만한 부품을 떼어내 제대로 움직이는 컴퓨터 한 대를 만들어낸다. 『돈 많아서 생색내고 남 도울 입장은 못됩니다. 그저 안 쓰는 컴퓨터가 있으면 연락만 해주세요. 회원들이 직접 가져다 새 컴퓨터로 만들어 꼭 필요한 곳에 전달해 드립니다』 남과 함께 「좋은」 일할 때 샘솟는 「일 중독」 때문에 종종 아내와 다투기도 하지만 쉽게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컴퓨터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모두가 함께 안고 가는 게 진정한 정보화 아니겠습니까』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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