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가 6억 원? 괴짜 취향 저격하는 스위스 시계 장인 [브랜더쿠]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9월 13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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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시계. 더 이상 사치품만은 아니다. 최근 시계 시장의 주요 특징은 시계를 사치품이 아닌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본다는 점이다. 스위스 독립 워치 메이커, 즉 시계 장인들의 시계는 경매에 출품됐다 하면 판매가 이상의 놀라운 가격 상승세를 보인다. 범상치 않은 가격 상승세 덕에 골드 바보다 더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흔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은 시세에 따라 등락이 있지만, 시계는 등락폭이 거의 없고 다른 국가로의 이동과 현금화가 용이한 덕이다.

이쯤 되니 궁금해지지 않는가. 어떤 시계 브랜드가 투자 가치가 있고, 또 경매에 출품되는 걸까? 요즘 굉장히 ‘핫’한 브랜드이자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흥미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소개한다. 바로 MB&F다.

MB&F의 HM8 Mark 2_출처 : MB&F
MB&F의 HM8 Mark 2_출처 : MB&F


MB&F는 어떤 브랜드?

MB&F란 브랜드명은 창업자 막시밀리앙 뷰세(Maximillian Büsser, 이하 막스)의 이니셜, 그리고 친구들(Friends)을 뜻한다. 막스는 스위스 시계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으나 출신 배경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시계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 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와 명품 주얼리 및 시계 브랜드 '해리 윈스턴'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00년대 초 해리 윈스턴의 시계 제조 부서 총괄로 일하는 동안, '오퍼스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과 능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게 된다.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다. 이후 막스는 15년 이상의 시계 브랜드 경험과 명성을 바탕으로 2005년 자신의 브랜드 MB&F를 설립했다

창업자 막스와 2001년 발표된 오퍼스 1. 발표 당시 스위스 바젤 시계박람회 최고의 화제작이었다_출처 : MB&F, Quill&Pad
창업자 막스와 2001년 발표된 오퍼스 1. 발표 당시 스위스 바젤 시계박람회 최고의 화제작이었다_출처 : MB&F, Quill&Pad


막스는 본인과 ‘친구들’의 재능을 시계에 접목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MB&F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했다. 매 프로젝트마다 인연이 깊은 각기 다른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유통 체계 또한 사업 초기 자신을 도와주었던 딜러 친구들과의 관계를 우선시해, MB&F 신제품 시계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전 세계 생산량이 극 소수일 뿐 아니라, 생산량을 사전 주문 수량에 맞춰 생산하는 아이러니한 구조다. 홍콩에 매장이 있었으나 코로나 기간에 문을 닫아 구매가 더 어려워졌다. 명성과 유명세에 비해 실제로 시계를 본 사람이 몇 안 될 정도. 경매에 나오면 핫할 수밖에 없다.

최근 경매 낙찰 결과
최근 경매 결과들_출처 : 필립스 옥션
최근 경매 결과들_출처 : 필립스 옥션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어쩌다 한번 터진 잭팟이 아니라 평균가가 꾸준히 높게 형성돼 있다. 시계가 하나의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 흐름의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MB&F 시계의 특징

MB&F의 시계는 대부분 티타늄, 지르코늄, 실리시움 등 신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다. 또한 시계의 시계 무브먼트의 구성품 중 시간 오차를 조절할 수 있는 부품인 밸런스 휠이 보이도록 설계해 기계식 무브먼트가 주는 경이로움이 전면에 드러난다. 대부분 작지 않은 크기이지만 인체공학적 설계로 편안한 착용감으로 완성한다.

다른 시계 브랜드들에서는 보기 힘든 시대를 앞서 나간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늘 새로운 형태와 디자인을 골몰하며 상상력의 원천은 어릴 때 즐겨본 SF 영화나 우주선, 로봇 등이라고 한다. 막스가 과거에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꿔서 그런지, 자동차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요소를 시계에 담아내는 것도 흥미롭다.

우주선과 로켓에서 영감을 받은 MB&F × EMMANUEL TARPIN 과 DESTINATION MOON_출처 : MB&F
우주선과 로켓에서 영감을 받은 MB&F × EMMANUEL TARPIN 과 DESTINATION MOON_출처 : MB&F


시계를 넘어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자부심

8월 24일 출시된 HM9-SV 에디션_출처 : MB&F
8월 24일 출시된 HM9-SV 에디션_출처 : MB&F


바로 얼마 전인 8월 24일, 'HM9 Sapphire Vision editions(이하 HM9-SV)'를 출시했다. 1940~50년대의 자동차와 항공 디자인을 모태로 하는 MB&F의 대표 컬렉션 HM9(Horological Machine N°9)은 2019년 첫 출시 당시 관습을 깨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업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2년 뒤인 2021년, 복잡한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투명한 사파이어 케이스를 통해 볼 수 있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특히 투명한 사파이어 케이스 제작 공정이 굉장히 까다롭다고. 이 공정을 한 업체 역시 MB&F의 친구라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HM9-SV는 18k 옐로 케이스에 그린 무브먼트 조합과 18k 화이트 골드에 블루 무브먼트 조합으로 각각 5피스, 총 10피스만 제작됐다. 역시 희소성이 높아 전 세계 시계 컬렉터들이 구매하기 위해 달려드리라 예상된다. 가격은 한화로 약 6억 4000만 원 정도.

MB&F의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적인 목적을 넘어선지 오래다. 막스는 "시계를 제작하는 일의 전통적 의미를 넘어, '3D 키네틱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R&D에 3년을 투자하고 18개월 동안 600개의 부품을 제작해 20년 경력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작품을 만든다. 업계와 애호가들 또한 재능 있는 예술가가 가져온 혁신을 열렬히 환영하고, 기대한다. 막스가 재능 가득한 친구들, 그리고 상상력 가득하던 어린 시절의 본인을 불러와 혁신을 일궈내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키네틱 아트는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또는 움직이는 부분이 조립된, 움직임을 중시하거나 그것을 주 요소로 하는 예술 작품이다.

김한뫼 MOI 워치 대표
정리=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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