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美의 對이란 강경압박 뒤엔 ‘유대계 4인방’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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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이란 강경 압박에는 미 중동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중동특사(52),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57),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1) 등이 대표적이다.

넷 중 볼턴 보좌관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부계와 모계가 모두 유대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과 귀를 독점하는 맏사위 쿠슈너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의 친조부모는 모두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조모 레이철(1923∼2004)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1941년 독일군이 마을 광장에서 주민들을 죽이는 것을 지켜봤다. 나치가 나에게 처형 때 사용했던 돌에서 피를 씻어 달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모친과 언니도 1943년 나치에 의해 숨졌다.

이런 배경을 지닌 쿠슈너 보좌관은 코셰르(코셔) 음식만 먹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킨다. 코셰르는 히브리어로 ‘적당한, 합당한’이란 뜻이다. 유대교 율법에 따라 도살한 고기만 먹을 수 있고 육류를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같이 먹지 않는다. 또 해산물 중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문어, 오징어, 새우, 굴 등도 금지한다. 원래 장로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도 쿠슈너와 결혼한 후 유대교로 개종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장인이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자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유대계 지도자를 설득했다.

그린블랫 특사는 유대계가 설립한 뉴욕 예시바대를 졸업했고,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도 즐겨 쓴다. ‘월가의 큰손’이었던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등 유대계가 설립한 금융사에서 주로 일했다. 부계 조상이 유대계인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 등과 신(新)보수파(neo-conservative) ‘네오콘’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유대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인 이들은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이란,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MBZ)도 미국의 이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 사람과 볼턴 보좌관의 이름 및 성에 ‘B’가 들어가 ‘B팀’으로도 불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세형 기자

#대이란 강경 압박#유대계 인맥#악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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