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대중의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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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진 영화평론가
곽영진 영화평론가
“현대적 대중은 즉흥적이며 소수에 의해 쉽게 조작되는 나약함도 있지만, 과거의 대중과 달리 광범위한 소통 욕망을 지닌 살아 움직이는 실체, 역동적인 실체로서의 생기와 에너지가 함께 존재한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대중의 반역’

똑똑한 대중은 존재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를 반드시 보장해 주는 존재는 다수의 사람인가? 대중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 있다. 스페인의 석학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1883∼1955)가 쓴 ‘대중의 반역’이다. 유럽에 대한 문명비판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저자가 대중에 대한 엘리트주의적인 비판론이나 민중주의적인 예찬론, 그 어느 일방적인 시각에 의거하고 있지 않음을 감 잡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바로 대중의 이중성과 ‘대중시대’의 명암에 대해 주목하고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반역’은 대중을 공격하려는 사람, 반대로 집단지성 운운하며 치켜세우려는 사람 모두에게 무기가 될 만한 고전이라고 하겠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의 국민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평론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이 ‘과거의 대중과 달리 광범위한 소통 욕망을 지닌 살아 움직이는 실체’임을 웅변해 주는 사례가 되는 것일까?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상매체가 아닌 책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 바 있다. 책 읽기는 감상 시간 중에 능동적이고 성찰적인 사유가 가능한 매체이다. 영상이나 게임과 다르다. 한국인이 선두적으로 영화와 게임을 좋아해 한국이 영화강국, 게임강국이 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낮은 독서율만큼은 상향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대중의 양면성과 대중시대의 명암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중의 반역’ 같은 것이 아니라도 삶의 주체성과 정신, 철학적 메시지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태도 등이 담긴 인문서적을 탐독한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좀 더 힘이 되지 않을까.
 
곽영진 영화평론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대중의 반역#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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