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2〉천국의 눈물 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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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에게 3월 30일은 ‘욤 알아르디’ 즉 ‘땅의 날’이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위해 땅을 몰수하기 시작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이 파업과 시위로 맞서며 저항했던 1976년 3월 30일을 기리는 ‘땅의 날’. 올해는 공교롭게도 그날이 예수의 십자가 수난일인 ‘성금요일’과 겹쳤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3월 30일 이스라엘 접경지역에서 시위를 시작하자, 이스라엘군이 시위대에 발포해 17명이 죽고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죽은 사람 중에는 스물여덟 살 젊은이 지하드 아부 자무스도 있었다. 그는 두 딸의 아빠였다. 그의 두 딸이 엄마 품에서 울고 있는 사진이 3월 31일자 ‘가디언’을 비롯한 외국 주요 일간지에 실렸다. 왼쪽에 있는 아이는 아빠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울고, 오른쪽에 있는 아이는 하늘을 향해 애원이라도 하듯 위를 올려다보며 울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버지를 잃고 우는 그런 아이들을 또 만들어낼 것이고, 유엔을 포함한 세계는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게 그래왔듯 또 속수무책일 것이다. 자신들을 안아주고 보호해줄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대교 신비주의 경전인 ‘조하르’에 따르면, 신이 머물던 “성전이 파괴된 날부터 천국에 이르는 모든 문들이 닫혔지만 눈물의 문들은 닫히지 않았다”고 한다. ‘눈물의 문’을 지키는 천사들이 고통과 슬픔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쇠창살과 자물쇠를 부수고, 그들의 눈물이 천국 안으로 들어가 신에게 다다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두 아이의 눈물이라면, 천국의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유대인들의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게 조금 걸리지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위로와 위안이 된다면 누구의 경전이든 무슨 상관이랴.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팔레스타인#이스라엘#욤 알아르디#땅의 날#성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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