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갓길 귀가 3명, 만취 車에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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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
30대 택배기사 음주 졸음운전하다 화성 도로변 걷던 일행 4명 덮쳐
보행 사망중 시골도로 사고가 32%… 보도 확충 등 안전예산 확보 시급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는 시골길을 걸어 귀가하던 가족과 이웃 3명이 화물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

16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0시 36분경 화성시 송산면 봉가리 지방도 313호선에서 택배기사 이모 씨(39)가 몰던 1t 트럭이 길을 걷던 일행을 덮쳤다. 이 사고로 최모 씨(55·여)와 그의 올케 김모 씨(50), 이들의 지인 최모 씨(46)가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충남 서산에 사는 최 씨는 이날 오빠 집에 놀러와 모임을 가진 뒤 귀가 중이었다. 일행 중 최 씨의 늦둥이 딸(14)만 겨우 사고를 피했다.

사고가 난 곳은 사강시장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 편도 2차로의 갓길. 흔한 시골길처럼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다. 차도 옆으로 공간은 폭 1m가 채 안 된다. 주변 개발과 함께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차량 통행이 늘고 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가드레일도 없다. 마을 주민들은 밤낮으로 목숨을 걸고 이 길을 걷는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이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08%. 면허 취소 수준이다. 이 씨는 전날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서 업무를 마치고 회사 직원 6명과 회식하며 술을 마셨다. 이 씨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는데 오지 않아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술기운에 운전하며 졸다가 그대로 갓길로 돌진했고 충돌 후에도 그대로 달리다 뒤늦게 멈췄다.

농어촌 지역 도로는 보행자 교통안전의 사각지대다. 경운기 등 다양한 농기계와 보행자가 뒤섞인 채 이용하고 과속 차량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규정은 미흡하다. 도로법상 지방도나 국도 등을 건설할 때 보행자 사고를 주의하라는 표지판 설치 규정만 있을 뿐 보도 확보 규정은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3∼2015년)간 전체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 10명 중 3명(31.7%)이 농어촌의 지방도와 국도 군도 등에서 발생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법 개정과 함께 국토교통부에서 진행 중인 지방도로 보도 확충 사업에 예산을 크게 늘려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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