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한국, 기능강국에서 기능선진국 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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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전 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전 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국제기능올림픽 가입 50돌을 맞은 기능한국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자긍심의 원천이다. 국제기능올림픽 회원국이 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기능강국 등극과 국제기능올림픽의 역사를 수없이 바꾼 것도 우리만의 역량이다. 다만 제도의 모순을 혁신하지 못해 기능선진국이 되지 못한 것은 물론 기능강국다운 리더 역할도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정부 정책이 직업교육 백년대계는 간과한 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했다. 이는 직업교육의 정체성 실종과 고졸자 10명 중 7, 8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만능주의를 불러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청년층(25∼34세)의 대학교육 이수율 1위(68%)가 그 결과다. 기능올림픽도 직업교육의 본질이 나타나는 것이어야 한다. 기능강국은 현상만을 추구한 것이고 기능선진국은 본질이 드러난 것이다. 동유럽 스포츠강국이 스포츠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숙련기술인 육성은 국가경쟁력 창출의 보고다. 우리는 실적을 위한 기능강국만 내세웠을 뿐 기능인재의 잠재된 재능을 경쟁력으로 키우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소홀했다. 강점 있는 숙련기술인 육성을 위한 로드맵 구축으로 기능인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기능올림픽한국위원회는 독립된 전문가 중심의 기구로 혁신돼야 한다. 단기 성과만을 추구해 온 시스템의 모순이 정체성 전문성 연속성 부재의 기능강국을 낳았다. 이는 공직사회의 님트(NIMT·Not In My Term) 현상과 무관할 수 없다. 한국은 브라질 기능올림픽대회의 핵심 평가항목에서 브라질에 완패했다. 기능올림픽 종합 우승 논란은 기능한국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 성과 부풀리기에서 비롯된 성급한 기술전수의 실상이다.

세계 최고의 기능강국이 기능선진국이 되지 못한 최대 걸림돌은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위한 풍토 조성을 간과한 탓이다.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차별화된 기능선진국이어야 가능하다. 실적 보여주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시급한 혁신을 외면케 한 것이다. 한국위원회 관계자까지 기능한국의 위상에 자괴감마저 느꼈다고 하고 기능올림픽의 변방국가가 메달만 따러온 것 같아 창피했다는 말은 깊이 반성할 대목이다. 직책에 충실한 헌신과 열정이 기능인이 대우받는 편견 없는 기능선진국 실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전 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한국#기능강국#국제기능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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