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의 神品名詩]석굴암 대불(大佛)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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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본존불상
석굴암 본존불상
석굴암 대불(大佛) ―조오현(1932∼)

토함이 떠갑니다 동해 푸르름에
편주의 사공인 양 대불은 졸립니다
하 그리 바다가 멀어
깨실 날이 없으신 듯

허공에 던진 원념 해를 지어
밝혔느니
밤이면 명명한 수평
달을 건져 올립니다
진토에 뜨거운 말씀을 솔씨처럼
묻으시고

사모의 깃털 뽑아 보내 논 갈매기는
오늘도 어느 바다
길을 잃고 도는 걸까
무량심 파도로 밀려 무릎까지
오릅니다


빛이 있어라. 아침의 나라에 빛을 이고 오시어 동녘 바다 뜨는 해 받쳐 들고 결가부좌하신 부처님 계시어라. 절과 절이 별처럼 펼쳐지고 탑과 탑이 기러기 떼 날던 저 신라의 서울 경주 토함산 멧부리에 1300년 전 우주를 담은 둥근 돌집 안에 드시어 동해 일출 이마에 받고 사시어라.

저 감으신 눈, 다무신 입, 인간 세상의 번뇌와 죄업을 모두 씻고 모든 중생에게 사랑과 용서, 복락과 평화를 골고루 나누어 주시는 원력이 햇살처럼 펼쳐지고 있어라.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인도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불상 가운데서도 더불어 다툴 자 없는 최고 최미의 작품임을 입증하고 있다.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재상 김대성이 착공했다. 혜공왕 10년(774년) 완공되었으며 화강암으로 조성돼 벽면에 39개의 불상이 새겨진 불국정토의 대장엄이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지 1600년, 먼 삼국 고구려, 신라, 백제에 이어 고려까지 천년토록 국교로 다스려왔거니 우리네 몸 속 어디, 살아온 자취 어디 부처의 말씀과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설악 큰 절의 조실인 무산 조오현(霧山 曺五鉉) 시인이 우러른 ‘석굴암 대불’은 화두(話頭)를 지고 오랜 면벽(面壁) 끝에 섬광처럼 꽂혀오는 법어(法語)가 아닌가.

삼 수 시조의 첫 수의 초장은 ‘토함이 떠갑니다 동해 푸르름에’로 열고 둘째 수 종장에서 ‘진토에 뜨거운 말씀을 솔씨처럼 묻으시고’로 받치고 셋째 수 종장 ‘무량심 파도로 밀려 무릎까지 오릅니다’에서 대불은 토함산 돌집에서 저잣거리에 내려와 산도 되고 물도 되고 할머니도 되고 사공도 되어 그저 넉넉하게 고해의 바다를 건너는 등불을 밝히고 있음을 알겠네라.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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