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정주영 일가 代이은 양궁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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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포상까지 아낌없이… 30년간 400억 지원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정 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 개인 결승전이 
끝난 뒤 대표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양궁 대표 선수들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면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정 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 개인 결승전이 끝난 뒤 대표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양궁 대표 선수들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면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국 양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고 석봉근 선생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다.

수도여중 체육교사이던 석봉근 선생은 1959년 서울 청계천 부근의 한 고물상에서 서양 활, 즉 양궁을 발견했다. 이것이 한국 양궁의 출발점이다. 전통 활(국궁)과 다른 모양의 양궁에 흥미를 느낀 석 선생은 독학으로 양궁 경기 방법과 훈련법을 익혔고 수도여중에 양궁부를 창설했다. 그는 부임하는 학교마다 양궁부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은 1963년 7월 27일 국제양궁연맹에 정식 가맹했다.

한국 선수들이 처음 국제대회에 나간 건 1978년 태국 방콕 아시아경기대회다. 당시 국내 무대를 휩쓸던 여고생 궁사 김진호(현 한국체대 교수)는 처음 출전한 그 대회 여자 개인전에서 덜컥 금메달을 땄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는 5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어린 선수들을 보며 양궁의 가능성을 꿰뚫어 본 사람이 정주영 창업주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유력 기업들에 체육 종목 단체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대한체육회장이던 정 창업주는 주저 없이 양궁을 선택했다.

1983년 대한체육회는 국궁과 양궁의 분리를 결정했고 그해 초대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정 창업주의 6남인 정몽준 전 의원이 취임했다. 1985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이 가문의 대를 이었다. 3대째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 부회장은 선수들과 수시로 연락을 하며 지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친분만큼이나 지원도 화끈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들의 피로를 감안해 양궁장에서 1시간 걸리는 선수촌 대신 근처 특급호텔을 잡아 선수들이 숙박하도록 했다. 또 매끼 한국 식당에서 개당 40파운드(약 7만 원)짜리 도시락을 주문해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서울 태릉선수촌 양궁장 주변을 올림픽 경기장 사진이 인쇄된 대형 천으로 둘러쳤다. 현지 환경에 빨리 적응하라는 배려였다.

현대차그룹(전 현대그룹 포함)이 비인기종목이었던 양궁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30년간 400억 원 정도다. 황도하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선전한 한국 선수단에 8억8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며 “동기 부여가 확실한 만큼 선수들이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헌재 uni@donga.com·주성원 기자
#양궁#석봉근#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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