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3곳 후보 릴레이 인터뷰]<3> 강재섭 한나라당 분당을 국회의원후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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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대선 앞둔 파이널 매치 제대로 붙자, 전면전 해보자”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정자역 인근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상처를 감춘 사자’를 연상케했다. 3년 새 체중이 4kg 정도 빠져 이전보다 핼쑥했고, 웃음기 많던 눈매는 날카롭기까지 했다. 대선 승리를 이끈 전직 여당 대표가 겪은 ‘공천 대란’의 상흔이 느껴졌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이내 특유의 낙천성과 유려한 수사로 자신이 왜 분당 발전의 적임자인지 주장했다. 4·27 재·보궐선거를 맞아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시리즈를 보도해 온 동아일보는 강 후보에게도 민주당 손학규 후보와 질문을 주고받자고 제안했으나 “간접적인 토론보다는 정면으로 제대로 붙고 싶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손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손 후보 측이 평소 강 후보에게 던졌던 질문을 반영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상보다 선거판이 커졌다. 지지율도 박빙이다. 분당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있나.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 뽑는 선거라서 조용히 치르려고 했는데 이렇게 규모가 커졌다. 좋다 이거다. 그러면 제대로 붙어보자, 전면전을 해보자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놓고 여야가 맞붙는 ‘파이널 매치’로 보고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아닌가.

“현 시점에서 이곳은 한국의 여야가 맞닿은 최전선이다. 여기서 지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 대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14일 선거운동을 시작한 후 정몽준 전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 등 당내 스타급 의원을 대거 분당에 급파하고 있다.

―공천 대란으로 불릴 만큼 시끄러웠다. 국민들이 느낀 피로감이 컸고, 개인적 앙금도 있었을 텐데….

“(길게 한숨을 내쉰 뒤) 당에서 (정운찬 전 총리를 공천해) ‘총리 벨트’를 만들겠다, 뭐 이런 말들이 있었는데 이젠 지나간 이야기니까 다 잊고 선거에 집중하려 한다. ‘미워도 고와도 내 사랑’이란 말도 있지 않나. 국민들에게는 결국 내가 한나라당의 적자(嫡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현역 제1야당 대표가 나왔다지만 ‘경기의 강남’이라는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고전하는 이유가 뭔가.

“내 문제도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정부·여당이 그동안 한 일을 보면 답답하지 않았겠나. 대선 후 3년간 실업자로 지내면서 보니 무엇보다 정권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더라. 얼마 전 동아일보가 낸 차기 대통령 리더십 설문조사 결과를 봤는데 화합 소통, 이런 가치에 사람들이 목말라하고 있다. 사실 이 정부에서는 정치가 없었다. 경영만 있었지.”

―한나라당도 큰소리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인정한다. 당에 정치적 처절함이나 절실함이 없다. 복싱으로 치면 헝그리 정신이 없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복싱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큰일이다. 헝그리 정신이란 의석을 뛰어넘고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현안을 해결하려는 치열한 노력과 의지를 말한다. 그런 게 없다 보니 당이 주요 현안을 두고 만날 뒷북만 쳤다.”

―강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면 당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있다.(당내에서는 4·27 재·보선 후 지도부 교체론이 제기되면 ‘강재섭 대표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한 번 했는데 어떻게 또 하나. 당 대표라는 게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 대신 분당 주민들 만나 보면 다들 ‘싸우지 말라’ ‘정신 좀 차리라’고 하니까 국회에 돌아가면 의원들 정신 재무장도 시키고, 화합시키는 역할은 좀 하고 싶다.”

―방금 그 말은 당선되면 국회의장을 하고 싶다는 걸로 들린다.

“박희태 의장이 계신데…. 지금은 선거가 중요하지,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닌 거 같다.”

―요즘 동남권 신공항 등 대선공약 파기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심하다. 강 후보도 지하철 신분당선 미금 정차역 설치,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영어전용도서관 건립 등 큰돈이 필요한 공약을 제시했다.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나.

“그동안 분당 주민들이 요구해 온 사안 중 실효성 있는 사업을 공약으로 추렸다. 15년 분당에서 산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김문수 경기지사 등과 잘 협력하면 대부분 이행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지난 3년을 ‘실업자’로 지냈다고 했는데, 정치 일선으로 금방 복귀하기에는 너무 오래 쉰 것 아닌가.

“아무래도 3년을 쉬다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은 나를 금방 알아보는데 젊은 사람들은 인지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 손 후보는 그동안 언론에 계속 노출돼서 인지도가 아무래도 나랑 차이가 난다. 그래도 차츰 회복하고 있다. 해볼 만하다. 그리고 쉬는 동안 놀기만 한 것도 아니다(웃음).”

―손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다른 것은 모르겠고 이왕 붙었으니 제대로 정면대결할 것을 동아일보 지면을 빌려 정식으로 제안한다. TV토론도 피하지 마라. 분당에 대한 공부가 덜 된 것인지, 꿀리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성남=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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