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삶이 바뀝니다]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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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건 기자
신원건 기자
‘이효리 잡기, 그 다음의 효과.’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효과를 두고 하는 말로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기업 내 사회공헌사업 담당 인력이 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도 이런 인식 변화는 드러난다.

하지만 기업가 자신의 선행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같은 ‘기부 영웅’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기저귀, 여성용품, 화장지 등을 생산·판매하는 유한킴벌리의 문국현(57·사진) 사장은 이런 풍토 속에서 ‘튀는’ 존재다.

그는 사장에 취임한 1995년부터 연간 매출액의 1% 이상을 공익사업에 쓰도록 주도했다.

자신의 수입도 매년 절반 이상 환경단체 등에 기부한다. 기부금을 낼 때 회사돈으로 생색내는 법이 없다.

“경영자가 직접 해 봐야 어떤 일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제가 창조적인 기부가 무엇일지 시도해 보고 회사는 이 중 파급력 있는 일을 골라 하는 겁니다.”

○ 인생철학이 된 나눔 정신

문 사장이 유한킴벌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때문이다.

1971년 유 박사는 세상을 뜨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모든 재산을 공익법인에 환원하겠다”고 적은 유언장을 남긴 것이다.

유 박사가 사회에 환원한 재산은 55억 원.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월 2만 원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문 사장은 충격을 받았다.

그에게는 졸업 뒤 부친이 운영하는 대형 운수회사에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삼성그룹 합격증도 들려 있었다. 하지만 신생기업인 유한킴벌리를 택했다. “이런 창업주가 세운 회사라면 인생을 맡길 만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유 박사의 나눔 정신은 이후 문 사장에게 인생과 경영의 최우선 철학이 됐다.

그는 부사장 자리에 오른 17년 전부터 매년 100여 차례 기업, 학교 등을 찾아가 회사를 운영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강연한다. 1년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을 고려하면 이틀에 한 번꼴이다.

강연으로 얻은 수입이나 원고를 써서 번 돈은 전액 환경·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여기에 회사에서 주는 스톡옵션과 월급의 일부까지 보탠다.

“유한킴벌리 대표라는 공적지위를 통해 얻게 된 이득은 애초 내 것이 아니니 나눠야죠.”

○ 리더의 솔선수범은 촉매

문 사장은 술과 담배는 입에 대 보지도 않았다. 두 딸은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동네 언니들의 옷과 신발을 물려받게 했다.

최근까지 네 식구가 34평형인 복도형 아파트에 살았다. 노조 간부들이 찾아왔을 때 앉을 자리가 없어 거실에 놓인 가구를 치우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

“리더는 자신의 머리로 남의 꿈과 행복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경영자가 자신의 행복에 탐닉하는 순간 조직 구성원과 멀어집니다. 그러면 조직의 꿈도 이룰 수가 없죠.”

리더의 실천은 유한킴벌리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도 아닌데 직원 16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이 현재 시민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김천공장은 경기 군포시 궁내동 묘향마을, 대전공장은 대전 유성구 송강동 송강마을 등 지역과 결연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회사에 득이 되는 것을 넘어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주목한다’는 것이 유한킴벌리 사회공헌의 원칙이다.

“기업 본연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이를 사회공헌으로 눈속임하려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어요. 이것이 현대 경영의 진리입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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