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모린 다우드]체니와 럼즈펠드 ‘그들만의 대화’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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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빈 사무실에서 후(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가 먹고 남긴 중국 음식을 먹고 있는 딕(딕 체니 부통령)과 러미(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러미가 말한다. “칼은 너무 오만해. 누구 말도 안 들어. 심지어 로라(로라 부시 여사)조차도 마음에 안 들어 하잖아.”

딕은 생강 냄새 나는 고기만두를 입에 채우고 고개를 끄덕인다.

달콤하다는 표정이다. 로브를 밀어내고, 중국 국가주석을 갖고 놀고, 러미에 대해 ‘민주 봉기’를 시도한 퇴역 장성을 톈안먼(天安門) 탱크처럼 밀어 버렸으니 지난주는 즐거울 수밖에.

“포토맥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며.” 러미는 늑대같이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딕과 스카치 잔을 부딪쳤다.

농담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러미가 음흉하게 웃기 시작한다. “후가 1인자라고(Hu's on first)?” 꼬마(조지 W 부시 대통령)가 ‘중국의 1인자가 누구냐(Who's on first in China)’라고 묻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후가 1인자(Hu's on first)’라고 대답했고, Who와 Hu의 발음이 같아 부시 대통령이 ‘왜 대답은 안 하고 따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는 농담이 있었다.

“빨갱이 놈들이 우리가 후의 일정을 망치려고 파룬궁 여기자를 들여보냈다고 생각한다지. 같잖은 것들이 여기 와서 우리를 2류 국가 취급하고, 자기들이 갖고 있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언제든지 내다 팔 수 있으니까 우리가 비굴하게 아부할 줄 알았던 모양이지. 여기는 미국이야. 우리는 언론의 반체제주의자를 사랑해. 다른 나라 국가 원수를 모욕하는 한에서 말이지만.”

그러자 딕의 입에서 이런 말이 새어 나왔다. “그럼 후(Hu)가 들여보낸 건가?” 웃고 있는지,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당신이 들여보낸 거잖아.” 러미는 딕이 Hu라고 한 것을 Who(누가)라고 한 것처럼, 일부러 잘못 알아들은 척 하고 이렇게 답했다. 딕은 “가엾은 후”라고 말한 뒤 “설마 우리가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을 구별하지 못해 백악관 아나운서가 중화민국이라고 소개했을까. 대만은 우리 동맹국이잖아”라고 덧붙인다.

러미가 말한다. “빨갱이들이 우릴 위해 한 게 뭐가 있어. 이라크전쟁 반대하지, 그렇다고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나? 이란 공격 반대하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라고? 결국 미군 보내지 말라는 거 아냐.”

“후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할 누군가를 원했다면 워싱턴 시가 아니라 (빌 게이츠가 있는) 워싱턴 주에 있어야 했어. 컴퓨터 괴짜들은 후를 영웅으로 취급했잖아. 골수 리버럴(민주당 지지자)이면서도 중국 음식 티켓이 걸려 있다면 구글 검열에도 인권 탄압에도 신경 안 써.”

꼬마가 들어와 “난 조시(조슈아 볼턴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가 좋아”라고 말한다. “그는 2000년 대선 때 ‘부시를 위한 자전거 부대’를 이끌며 훌륭히 해냈어.”

꼬마가 자전거에 올라타더니 나가 버린다.

딕이 “꼬마는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을 갈아 치운 게 진짜 개각이라고 생각하나 봐”라며 비웃는다.

러미는 “우리가 3년 동안 늘 무시했던 대변인인데 뭘 신경 써. 카드는 다시 섞었지만 딜러는 계속 우리잖아. 꼬마는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딜러를 한다”며 킬킬거린다.

이들은 후가 먹고 남긴 디저트를 숟가락으로 뜬다. 한 시간쯤 지나면 다시 권력에 배가 고플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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