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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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이은희 지음·류기정 그림/219쪽·9800원/살림

다양한 제시문이 특징인 2006 대입 논술은 이해력과 독해력이 받쳐 주지 않는 암기 위주의 지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어진 지문을 바탕으로 수험생 각자의 견해를 밝히라는 논제는 우리가 지나쳤던 일상적 현실이나 사회 현안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생각거리들을 모은 이 책은 논술의 제재로 아주 적격이다. ‘현대 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야누스의 얼굴 같은 과학의 양면성을 성찰한다.

세균성 질환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항생제는 내성균의 빌미가 되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원자력 발전소로 대표되는 핵에너지는 각종 산업은 물론 고고학 조사 및 분석에 이르기까지 그 이용 범위가 매우 넓다. 하지만 애초부터 살상을 목적으로 연구, 개발된 핵에너지는 매력적인 만큼이나 치명적인 유혹이기도 하다. 지구를 식량 위기에서 구한 각종 살충제와 제초제 또한 봄이 돼도 아무런 생명도 움트지 않는 침묵의 봄과 환경호르몬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밥이 보약이라고 말들 하지만 과유불급이기만 한 백색식품들 역시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 같은 성인병의 주범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과학. 과학의 양면성이란 늘 그렇듯 과학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과학적 발견과 이용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각성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그것은 인류가 지난 세기 동안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경험을 살리는 길이고, 동시에 인간이 멸종하지 않을 방법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사물의 한 면만을 보도록 강요받고 길들여졌는지 모른다. 빛과 그림자는 사물의 속성이자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인데도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힘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기를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은 지식의 일방적 주입이나 기능적 글쓰기를 넘어 성숙한 논리와 올바른 지혜로 이끄는 길인 까닭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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