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종교계 인물]<2>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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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은 “방문객들이 스님들의 치열한 구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사찰 옆에 새로 선방을 낼 계획”이라며 자신도 여기서 수행하면서 짬을 내 주지 소임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평창=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정념 스님은 “방문객들이 스님들의 치열한 구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사찰 옆에 새로 선방을 낼 계획”이라며 자신도 여기서 수행하면서 짬을 내 주지 소임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평창=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오대산의 기온은 서울보다 낮지만 바람이 적고 공기가 상큼해 체감온도는 더 높다. 이 산속에 사는 월정사 주지 정념(51) 스님은 그 공기만큼이나 청정한 수행승이면서도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선방 출신의 주지로 이판(理判·진리를 탐구하는 수행)과 사판(事判·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겸비한 그는 올 한 해 동안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이곳 월정사에서 한국 불교의 앞날을 밝히는 굵직한 사업들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가장 큰 사업은 월정사 주위에 ‘웰빙 명상수행단지’를 조성하는 일이다.

“자연 속에서 평온하게 지내면서 사색과 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자 하는 현대인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명상수행 공간과 약초 산채 등 산촌의 건강음식, 한방 의료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웰빙 명상수행단지’를 건립할 계획입니다. 친환경적인 생태 공간으로 만들 작정입니다.”

정념 스님은 이 일은 국책사업에 준하는 대형 프로젝트여서 강원도뿐 아니라 문화관광부가 함께 추진하고, 자본을 가진 민간에서도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 사업자인 강원도가 지난해 기초 조사를 마치고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월정사 입구에서 오대산 정상 근처 상원사 적멸보궁(부처님의 정골·頂骨 사리를 모신 곳)까지 야생화가 어우러진 10km의 명상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명상의 숲이 별도로 조성된다. 아울러 일주문∼월정사 전나무 숲길에 깔린 시멘트 포장을 걷어 내고 생태 수행로를 만들며 목공예 단지, 은퇴자 수행 주거시설 등도 건립한다.

정념 스님은 또 오대산에 수목장 터(시신을 화장한 후 유골 가루를 나무의 뿌리 주위에 묻는 장례를 지낼 수 있는 곳)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목장(樹木葬)은 묘지 및 납골시설로 인한 산림 훼손을 방지하고 전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숲을 지속적으로 가꾸고 육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수목장은 인간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에 불교의 연기 윤회설과 부합합니다. 모든 것이 순환하는 우주 질서에도 맞지요.”

정념 스님은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수목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특히 오대산은 불교 신앙의 성지(聖地)여서 신자라면 누구나 묻히고 싶어 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수목장에 안성맞춤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대산이 국립공원지역이기 때문에 법률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정부 당국이 수목장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월정사는 조계종 25개 교구 중에서도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사찰로 꼽힌다. 단기출가학교 수련법회 템플스테이 불교교양대학 문화대학 등 신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운영된다. 특히 올해에는 이 사찰 출신으로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1876∼1951) 스님의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3월 13일∼4월 24일 세미나 법회 수련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정념 스님은 “오늘날 현대인은 넘쳐 나는 정보에 마음이 빼앗기고 명리(名利)를 잡는 일에 눈이 멀어 자아의 실상은 알지 못한다”며 내면을 비우고 자기 본분을 돌이켜 생각해 보는 삶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념 스님은 “매사를 지극히 진실되게 해 나가면 자기와 세상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상생(相生)의 문화가 꽃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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