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뇌, 아름다움을 말하다’ ‘춤추는 뇌’

  • 입력 2005년 3월 18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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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아름다움을 말하다’의 글쓴이 지상현 씨가 제시한 그림들. 과거 유럽의 이름난 초상화들을 살펴보면 두 눈 중 하나는 반드시 그림의 가운데 수직선 상에 있다. 지 씨는 “눈이 (얼굴을 받아들이는 대뇌의) 시각적 무게 중심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진 제공 해나무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의 글쓴이 지상현 씨가 제시한 그림들. 과거 유럽의 이름난 초상화들을 살펴보면 두 눈 중 하나는 반드시 그림의 가운데 수직선 상에 있다. 지 씨는 “눈이 (얼굴을 받아들이는 대뇌의) 시각적 무게 중심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진 제공 해나무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지상현 지음/247쪽·2만5000원·해나무

◇춤추는 뇌/김종성 지음/360쪽·1만2000원·사이언스북스

두뇌는 몸을 움직이는 사령탑이다. 하지만 두뇌가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지시를 내리는지 여태껏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그래서 두뇌는 신체의 ‘블랙박스’로 불린다. 내부 회로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학계의 노력으로 이 블랙박스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신경의학자인 김종성 울산대 의대 교수가 쓴 ‘춤추는 뇌’, 지각심리학 박사인 지상현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교수가 쓴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는 두뇌라는 미지(未知)의 블랙박스에 조명을 비춘 흥미롭고 유익한 책들이다.

김 교수는 신경의학 분야에서 국내 정상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의학 논문을 써왔다. 제목 ‘춤추는 뇌’는 일본 작가 세나 히데아키의 소설 ‘브레인 밸리’에서 따왔다. “인간은 모두 뇌의 작은 화학반응에 춤추는 꼭두각시인지 모른다”는 대목에서다.

김 교수는 뇌손상이 일으키는 변화에 관심이 크다. 그에 따르면 측두엽 간질 환자들은 글을 쓸 때 지나칠 만큼 자질구레한 것까지 묘사하는 경우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이 같은 환자였다. 그의 질리도록 상세한 묘사는 이 같은 ‘병증’인지 모른다.

지능을 측정하기 위해 흔히 지능지수(IQ)가 쓰인다. 하지만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천재 리처드 파인먼의 IQ는 불과 122였다고 전해진다. IQ 검사로는 창조성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메멘토’에 나오는 ‘최근 기억 상실증 환자’는 실재했다. 주로 양쪽 측두엽의 해마를 수술로 잘라 내거나, 이 해마가 손상됐을 경우에 발생했다. 술꾼일 경우 이 해마가 큰 손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 술꾼들이 깜빡깜빡 잘 잊는 이유다.

영화나 소설에서 인용된 다채로운 대목들이 두뇌에 관한 갖가지 의학 보고, 글쓴이의 체험 및 지식과 어우러져 두뇌에 대한 이야기들을 부드럽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는 국내 학계의 미답 지역 중 하나를 다룬다. 두뇌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파악하는지를 지각심리학의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어 특이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다.

화가들이 무수히 그려온 십자가상을 잘 살펴보면 예수의 고개는 예외 없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왜 그럴까. 사람들에게 ‘어머니’라는 말의 뜻을 새겨보라고 하면 그 사람의 왼쪽 뇌가 활성화된다.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좌뇌를 쓸 경우 시선은 오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반면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시선은 왼쪽으로 향한다. 시각적인 우뇌를 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예수 얼굴을 떠올리려면 화가의 시선은 캔버스 왼쪽으로 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오른쪽으로 고개 숙인 예수를 그렸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썼다. 딱 떨어지진 않지만 흥미로운 해석이다.

세잔의 ‘파이프를 문 사람’을 보면 사람 얼굴에 청색이 들어가 있다. 이상하게 여겨질 만하지만 보는 사람은 그걸 못 느낀다. 이 그림을 흑백사진으로 찍어보면 청색이 전체 그림에 아주 조화를 잘 이루는 밝기의 회색으로 바뀐다. 색상은 다르지만 밝기 조절이 확실했던 것이다. 이렇게 색을 활용할 수 있는 이는 ‘절대색감(色感)’을 가졌다고 한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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