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캄보디아도착 탈북자 北送 요구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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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7명이 캄보디아에 도착한 뒤 한국행을 요구했으나 북한이 캄보디아 정부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이 동남아로 탈출한 탈북자에 대해 송환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탈북자 대책이 적극 대응으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22일 7명의 북한인이 베트남을 경유해 캄보디아에 도착한 후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이들의 신분 및 건강상태에 대한 공개는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북한이 캄보디아 프놈펜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이들의 송환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탈북자 정책 바뀌나=북한은 지금까지 “탈북자 문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미제와 남조선 당국의 모략책동”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8월 19일 평양방송을 통해 탈북자를 ‘강제로 끌려간 사람’이라고 규정한 뒤 ‘선처할 테니 북으로 돌아오라’는 탈북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엔 최근 몇 년간 탈북자들의 중요한 탈북 루트였으며 이 때문에 4년 전 폐쇄했던 몽골주재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이와 함께 탈북자 468명의 한국행을 도와준 동남아 국가를 강력히 비난한 뒤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7월 말 탈북자 468명을 동남아 국가로부터 일시에 입국시킨 것을 계기로 북한은 더 이상 탈북사태를 모른 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적극 대응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북한이 캄보디아에 탈북자 북송을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외교력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만일 동남아에서의 북송이라는 전례가 생긴다면 앞으로 이들 지역을 통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은 어려워진다.

정부 관계자는 “북송 요청 사실을 보고 받은 바도 없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탈북자 집단입국은 특수한 상황으로 북한의 반응도 특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도 조용한 외교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국왕의 경호를 수십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맡고 있을 정도로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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