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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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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뼈 사이 간격은 정상이지만 앞으로 굽혀서 찍은 허리사진을 보면 요추 4, 5번 뼈 사이 간격이 앞쪽보다 뒤쪽이 많이 벌어져 있어요.”(어 교수)
어 교수는 임씨의 척추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씨의 허리통증은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눌러 생긴 병인 이른바 ‘디스크질환’이 아니라는 것. 디스크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MRI 사진을 봤다.
“MRI에서도 디스크가 튀어나온 곳은 없어요. 그러나 요추 4, 5번에 디스크가 정상에 비해 전반적으로 검게 나왔어요.”(어 교수)
원래 MRI에서 타원형으로 나타나는 디스크는 겉 부위는 검고 안쪽부위는 하얗게 보여야 정상이다.
“디스크는 척추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관절기능 외에도 척추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뼈를 잡아당기는 기능도 있지요. 퇴행성 변화가 오면 이런 기능이 떨어져 자세가 불안정해지면서 통증이 생기는 겁니다.”(어 교수)
임씨는 퇴행성 질환이라는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아직 젊은데 벌써 디스크에 퇴행성 변화가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임씨)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질환은 척추질환에서 가장 흔해요. 10대에서도 생기지요. 대개 30대엔 30%, 40대엔 40%, 70대엔 70% 정도가 생겨요.”(어 교수)
주로 나쁜 자세로 일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을 반복하면 퇴행성 변화가 빨리 온다는 것. 임씨도 3년 전 직장에 다닐 때 3, 4시간은 허리를 쭈그리거나 숙인 자세로 컴퓨터를 사용한 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허벅지에 감각이 없고 발가락까지 통증이 생기는 것은 왜 그렇죠.”(임씨)
“허벅지의 문제는 이 부위를 지배하는 감각신경이 비만 등의 원인으로 눌려서 생기는 ‘넙다리감각이상증’일 가능성이 높아요. 다리에 뻗치는 통증은 디스크 자체에서 생긴 통증이 다리로 가는 신경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를 연관통이라고 해요.”(어 교수)
“수술을 받아야 되나요.”(겁먹은 임씨)
“수술 없이도 대부분 좋아집니다.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을 받으면 회복기간이 6∼8주지만 손상된 디스크가 회복되려면 수년이 걸리지요. 당장은 통증이 심하더라도 3∼5년이 지나면 대개 디스크가 안정되면서 통증이 사라집니다.”(어 교수)
어 교수는 수술요법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퇴행성 디스크는 대부분 수술 없이 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수술을 받아야 될 대상도 있다. 척추 뼈 사이 간격이 좁고 뼈 자체에 이상이 있으며 디스크가 60% 이상 손상됐다면 수술할 수 있다고 어 교수는 말했다.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제일 좋아요. 특히 수영, 빨리 걷기, 헬스용 자전거 타기가 가장 좋아요. 위아래로 뛰는 운동인 줄넘기, 축구, 농구, 배구 등은 척추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피하도록 하세요.”(어 교수)
어 교수는 담배와 커피, 콜라 등은 피하고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반신욕을 권장했다.
임씨는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하는 눈치. 어 교수의 말대로 일단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고 운동요법을 꾸준히 하기로 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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