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의 야한여자-당찬여자]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입력 2004년 5월 6일 16시 47분


코멘트
《그는 안티 페미니스트에 가깝다. 여성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아름다움이며 미스코리아 역시 꼭 있어야 한다는 게 보석 디자이너 홍성민씨가 갖고 있는 여성관. 보석과 명품, 향수에 대한 글을 써온 그가 이번엔 여자의 감춰진 아름다움을 남자의 시각으로 풀어헤친다.》

박근혜는 섹시하다. 영화 ‘동방불패’의 린칭샤(林靑霞)를 느끼게 하는 여인이다. 명나라 말, 무림의 3대 기서 가운데 하나인 규화보전을 손에 넣은 후 신기에 가까운 무공을 연마해 무림 최고수가 된 동방불패. 규화보전을 터득하려면 거세를 해야 하므로 최고수의 길을 위해 남성을 포기한 그는 점차 요염한 여색으로 변하고 기연으로 만난 영호충과 서로 사랑을 느낀다.

최고의 무협영화 ‘동방불패’는 피비린내 나는 강호의 영웅호걸이 등장하지만 사실은 가슴을 울리는 사랑 영화다.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미인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박근혜는 정치판이라는 강호에서 세련됨을 간직한 내공을 지닌 승부사다.

부담가지 않는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고 있어서 도시적인 이미지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지만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헤어스타일, 짧은 재킷과 긴 스커트라는 올드 패션을 고수한다. 이는 존경받는 대통령 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에 대한 추억을 이끌어내려는 고도의 이미지 전략이기도 하다. 그녀는 옷을 사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옷으로 연출하는 사람이다.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검소와 소박함으로 만들어냈다.

박근혜는 경제 부흥을 이뤄냈지만 독재자로 불려온 아버지의 업을 대속하며 아름답게 저항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게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나 향수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이미 규화보전을 연마한 무림의 고수다. 그녀는 강하고 똑똑하다. 젊은이들 중에도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그녀는 대중에게 두루 통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그녀는 또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움이 매력이다. 도박판의 포커페이스라고 할까, 요란하지 않지만 숨은 향기를 간직한 여인이다. 그러면서도 차갑지 않다는 장점 덕분에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마치 치자꽃 같다. 이 키 작은 나무는 언제나 소박한 하얀 꽃을 피워낸다.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 하얀 꽃에 다가서면 너무나 달콤하고 그윽한 향기에 놀라게 된다. 미국에서 결혼식 신부의 부케에 많이 사용하는 치자꽃은 순결과 향기의 이미지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에겐 전사의 땀 냄새보다는 여인의 향기가 더 잘 어울린다. 소박한 미소를 간직한 성적 매력이 있다. 그녀에게 우아한 섹시함은 커다란 경쟁력이다. 이성을 은근히 사로잡고 동성에게는 경쟁 심리보다 친근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영호충에 대한 사랑 때문에 끝내 무림지존의 길을 버린 ‘동방불패’. 박근혜의 미소 속에 보이는 자신감은 무림지존의 모습이지만 그녀의 그윽한 눈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둬야 했던 여인의 모습이다. 이런 우유부단함은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한다.

그녀가 살아온 운명의 틀이 그녀에게 오랫동안 생각하게 하는 습관에 길들여지게 했고 말을 아끼게 만들었을까? 이런 성격이 그녀를 혼자 살게 만든 것일까?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족은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족은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불행하다.’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가족사는 우리의 힘들었던 현대사와 함께 한다. 이제 그녀는 가슴에 희망을 품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녀의 희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총선에서 아픈 손에 흰 붕대를 감고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던 그녀를 보면서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이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절반의 위대한 힘을 찬양하는 마음으로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싶다.

보석디자이너 패션 칼럼니스트 button@kebi.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