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 만들기]"아이와 서점가듯 은행에 다니세요"

  • 입력 2003년 5월 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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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어린이용 금융상품을 안내한 뒤 여러 독자로부터 꾸준히 전화가 걸려옵니다.

엇비슷한 통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는 금융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우리아이가 가입할 만한 가장 좋은 금융상품을 딱 하나만 직접 골라 달라(혹은 이미 아이 몫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했는데 괜찮은 거냐).”

기자에게 직접 물어볼 정도로 자녀의 경제교육에 열의를 가졌어도 직접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 ‘용기’가 없는 분들도 적지 않나 봅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죠. 실제 고식적이거나 내용을 모르는 은행원도 적지 않고 객장은 언제나 방문객으로 북적거려 찬찬히 설명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제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언제까지나 금융을 모르는 채 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금융기관은 돈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효율적인 장소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에 따르면 많은 금융자산가들은 은행에 올 때 자녀를 데려온다고 합니다. 하나은행 PB고객인 이모씨(44·여)도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은행이나 단자회사(현재 종금사)를 다녔고 이제는 자신의 자녀를 은행에 데리고 다닙니다.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을 잘 이해한다는 게 경제교육의 첫걸음이란 걸 알고 있지요.

부자들만 자녀에게 이런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금융상품은 선진국에 비해 간단해 마음만 먹으면 은행 보험 증권 등 전 금융권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어떤 정보를 알아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지요. 다소 ‘딱딱한’ 직원을 만난다면 ‘알 권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아이만은 제대로 키우겠다”고 바란다면 이뤄질 수 없는 꿈일 뿐이죠. 부모도 모르는 내용을 자녀에게 배우도록 강요한다고 해도 제대로 교육이 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제라도 자녀의 손을 이끌고 금융공부에 나서 보세요. ‘아는 만큼, 애정의 깊이만큼 보인다’는 말이 금융에도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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