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신부용/최고의 韓流상품은 한글

  • 입력 2001년 10월 8일 19시 17분


최근 중국의 젊은이들은 한국 음악에 매료되어 베스트 앨범 10위 안에 8개가 한국 음악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한국의 수출품에 ‘문화’가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베트남, 몽골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가 인기를 끌어 소위 한류(韓流)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최고의 문화재는 단연 한글이 아닌가 한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고 음가 영역이 넓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최고의 내장 가치는 한자를 쉽게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500여 년 동안 검증돼 온 것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침 한류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한자를 사용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한글의 수출 가능성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한자 문제로 고심해온 중국 정부는 한자를 간소화한 간자체를 만들어 쓰면서 로마자를 빌려 만든 발음기호를 사용하여 음을 표기하도록 했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로마자를 통해 한자를 배우기 때문에 자기네 문자보다 로마자를 먼저 익히게 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따른다. 로마자를 배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일단 간자체를 배우고 나면 애써 배운 로마자는 버려야 되며, 로마자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간자체를 버리고 아예 로마자를 쓰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마자 대신 한글을 발음기호로 쓰면 어떨까? 한글은 이러한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차적인 편익을 줄 수 있다. 한글로 된 한국의 콘텐츠를 조금만 고치면 사용할 수 있으며, 한류에 빠진 젊은이들은 뜻을 모르더라도 한국의 노래 가사를 한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인이 중국어를 배우거나 혹은 한글을 이미 알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 한자 발음을 배울 때는 응당 한글을 이용하여 배워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의 한글로는 중국어의 권설음이나 설치음, 영어의 f, r, v 발음 등을 정확히 표기할 수 없다. 따라서 겹자음과 겹모음의 영역을 넓혀서 표기 영역을 확장해 주어야 한다. 사실 훈민정음은 지금의 한글보다 자모가 네 글자 많았고 다양한 겹자음과 순경음 등을 사용했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을 복구하는 것은 일부 한글학자의 주장대로 한글에 대한 모욕이 아니며 꼭 필요한 일이다.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한류 열풍을 이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조금만 지나면 중국은 전면적으로 로마자로 갈 공산이 크므로 보다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9일은 한글 반포 555주년인 한글날이다. 다행히 한글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결성한 ‘한글로 지구촌 문맹퇴치운동본부’(본부장 손진성 박사)가 자체 개발한 ‘온누리 한글’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집현전 학자들이 세상의 무슨 소리이건 표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만든 훈민정음의 정신을 되살려 한글이 세계 문자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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