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현지취재-2001도쿄 장난감쇼(2)

  • 입력 2001년 3월 29일 17시 19분


'2001 도쿄장난감쇼'에서 인상깊게 느낀 모습은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의 연령층이었다. 우리의 경우 이런 종류의 행사는 어린이들이 주된 손님이고 어른들은 보호자로 아이 손에 '끌려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도쿄장난감쇼'에서 만난 관람객은 어른이 어린이보다 더 많았다. 그것도 '보호자'가 아닌 아이와 함께 보고 즐기러 왔거나,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리다가 마음 먹고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행사장을 돌아 다니는 동안 한 손에 카메라, 한 손에 안내도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지긋한 나이의 '아저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아이들이 지쳐 구석에서 졸고 있고 그 부모들만 행사장을 누비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우리나라라면 정반대 상황이어야 정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처럼 어른들이 즐겨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시장의 내용들이 세대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한참 좋아하는 '디지몬' 의 옆에는 일본의 30대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TV를 통해 한참 좋아했던 '가면 라이더'와 '울트라맨'의 캐릭터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다른 한쪽에서는 스티브 맥퀸을 비롯해 미국 영화의 옛 스타들을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고, 우리나라 386세대들도 추억에 젖게 만드는 <플란다스의 개>의 레미와 파트라슈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수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50-60년대 양철 태엽인형들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성인들이 관심을 끌었다. 이런 복고풍 양철 완구들은 예전에 제작된 진짜 골동품도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최근에 제작한 제품이다. '오사카 틴 토이'라는 전문제작사가 아예 성인들의 완구 수집을 겨냥해 예전 방식으로 제작한 양철인형을 제품으로 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적인 전시 완구의 수준은 철저하게 초등학교 수준에 맞췄지만, 그 내용은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다양한 욕구를 모두 아우르게 기획된 '도쿄 토이쇼'는 행사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의 내용 외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식도 눈에 띄었다. 행사장의 한 가운데는 간단한 공연을 치를 수 있는 400여석 규모의 무대가 마련돼 2일간의 일반 공개기간 동안 시간별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신인 가수들의 무대가 마련되는가 하면, 전시된 마술, 부메랑이나 조립완구 같은 전시상품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주는 설명회,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어린이 연극, 애니메이션 주제가 공연 등 행사와 맞는 다양한 무대가 마련됐다.

특이한 것은 이처럼 다양한 제품과 많은 업체가 참가했지만, 자신들의 상품을 현장에서 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고 자사의 역량을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두었을 뿐, 행사장에 온 관람객들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부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행사장을 둘러보다 전시품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전시장과는 분리돼 따로 마련된 전문매장을 찾도록 배려를 했다. 따라서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느라 법썩을 떨 필요도 없어 전시장 내는 많은 사람에도 불구하고 한껏 여유있는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 여유를 갖고 행사장을 돌아보는데 최소한 3시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해 각 전시관마다 넉넉한 휴식공간을 마련해 두었고, 행사장 내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도시락과 음료수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한바퀴 휘둘러보고 식사를 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우리의 행사장과 달리 일단 들어오면 최대한 즐기고 보도록 배려한 점은 앞으로 이런 류의 행사를 준비하는데 참고할만한 모습이었다.

▲ 관련기사
전통과 첨단 기술력이 교차한 2001 도쿄장난감쇼(1)

도쿄=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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