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캠페인]미국과 영국의 기부문화

  • 입력 2000년 9월 7일 19시 42분


흔히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기부와 자원봉사’라 한다. ‘돈이 말하는 사회’ 미국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이들이 바로 풀뿌리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이다. 미국은 최근 ‘기부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99년 자선기부금은 모두 1901억6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연간 70만원을 기부한 것이 된다.

미국에서 기부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기가 있었다. 1901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철강회사를 판 뒤 공공도서관 건립을 지원하는 협회를 창립한 것. 이후 부의 사회환원은 성공한 기업가의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다. 록펠러 재단(1913년) 포드재단(1936년) 등은 카네기 정신의 계승자였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부자인 빌 게이츠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들 거액 기부자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미국 전체 기부액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기부자들. 미국 일반인의 98%가 매년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16세기부터 ‘자선활동법’이 제정된 영국은 어린 시절부터 기부와 봉사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에서 7년간 거주하다 최근 귀국한 번역가 권은정(權恩淨·38)씨는 “영국 어린이들은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자선 가게(charity shop)’를 통해 기부문화를 체득한다”고 소개한다. 쓰던 물건을 가져다주고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함으로써 이윤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영국인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가진 자의 의무)를 국민적 자존심으로 여긴다”는 게 권씨의 말.

지난해 방한한 영국 자선기금모금재단(CAF) 닐 존스 홍보이사는 정부에 등록된 자원봉사단체만 20여만개이며 성인의 3분의 2 이상이 매달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있고 국민 1인당 기부액수는 연평균 120파운드(24만원)이라 밝혔다.

99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여기 그치지 않고 ‘더주는 시대(Giving More Age)’를 선포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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