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뒷얘기]「자연스런 무심함」엿보인 佛像뒷면

입력 1999-07-12 20:08수정 2009-09-2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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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충남 부여 능산리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 공주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고고학의 최대 성과이자 백제 문화의 최고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 금동대향로의 뚜껑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잘 보이지 않는 곳곳에 1㎝ 내외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거친 선에 불규칙한 모양. 칼이나 송곳으로 막 뚫어댄 것이다. 분명 제작 당시에 뚫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빼어난 명품에 상처 투성이같은 구멍이라니, 대체 누가 이렇게 무참히도 구멍을 뚫은 것일까?

미술사학자들은 우선 이것이 향로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향로의 본질적인 기능은 연기와 향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향로의 뚜껑 윗부분 봉황의 가슴엔 작은 구멍 하나가 정교하게 뚫려 있다. 원래 이곳으로 연기와 향이 나오도록 했지만 연기가 잘 나오지 않자 향로의 사용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멍을 숭숭 뚫은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승희 학예연구사(한국미술사)는 설명한다. 신빙성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추정이다.

문화재를 감상할 때,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나 뒷면을 잘 살펴보면 거기 재미있는 사실들이 숨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불상도 그렇다. 뒷면을 보면 엉성한 마무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뒤쪽의 장식물이나 옷주름선 등에 신경을 쓰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단순하고 밋밋하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불상은 다르다.

우리 선조들은 왜 뒤쪽을 장식하지 않았을까?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대충 넘어가는 부실공사의 한 단면인가?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불상은 원래 뒤에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뒤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움, 좋은 의미의 ‘적당함’이다

우리에게도 뒤쪽을 정교하게 장식한 불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불상의 최고 명품인 국보 78, 83호 금동반가사유상(삼국시대)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불상에서 나타나듯,할 줄 몰라서 뒤쪽을 방치한 것은 아니다. 다름아닌 ‘자연스러운 무심함’이다. 숨막히는 완벽함보다는 인간미 넘치는 여유를 추구했던 그 무심함, 바로 그것이 우리 전통문화의 중요한 특징이 아닐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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