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일부러 져줬다는 말도 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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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세돌 3패 뒤 첫 승]“이기게만 세팅돼 무리수 둔 듯”
Q&A로 본 ‘이세돌 vs 알파고’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지만 일각에선 1∼3국에서 거의 완벽했던 알파고가 갑자기 초보자급 실수를 연발한 것에 대해 ‘구글 측이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조정해 패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처럼 이번 세기의 대결을 통해 나왔던 의문이나 궁금증에 대해 문답 풀이로 알아본다.

Q. 4국에서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져줬다는 루머도 있다. 워낙 잘 두던 알파고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A.
알파고는 이기는 길로만 세팅돼 있다. 그래서 한 번 실수로 자신이 지는 상황이 꾸준히 이어지면 이기려고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도 자신이 불리해졌을 때 엉뚱한 수를 두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 9단의 예상 못한 수가 나오면서 갑자기 완벽하던 알파고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구글 측은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했다며 이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Q. 알파고가 패를 하지 않는다, 이 9단이 패를 하지 않기로 이면 계약을 했다는 주장이 나돌았다.

A.
알파고가 패를 즐겨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패를 가급적이면 안 만들 뿐이지, 패를 못하는 건 아니다. 판 2단과의 5국, 이 9단과의 3국을 보면 패를 하는 수준이 정상급 기사 못지않다. 또 이 9단이 1, 2국에서 불리한 데도 패를 만들지 않았던 것은 패를 해도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9단은 3국에선 하변에 침투해 적극적으로 패를 만들었다.

Q. 이 9단이 4국 후 알파고는 백번보다 흑번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무슨 뜻인가.

A.
덤 7집 반은 흑에 부담스럽다. 그래서 초반에 흑이 적극적으로 둬야 하는데 알파고는 포석이 약하고 주도적으로 뭘 만들어 내기보단 상대가 두는 수를 받아치는 데 능하다. 그래서 흑을 잡으면 어설픈 진행이 나온다. 알파고가 흑이었던 2국도 이 9단이 한때 유리한 적이 있었다. 이 9단이 4국 대국 뒤 흑을 잡겠다고 한 것은 이 9단이 흑번으로도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Q. 한국기원이 구글 측에 ‘알파고는 이세돌의 기보를 모두 파악했는데 이세돌도 알파고의 기보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보를 요청했다는데….

A.
한국기원 내에서 알파고 기보를 봐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은 맞다. 구두로 구글 측에 기보를 보여 달라고 했으나 구글이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는 이 9단이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요구하진 않았다고 한다.

Q. 이 9단이 구글 측의 대국 요청을 3분 만에 수락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빨리 결정했나.

A.
이 9단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의 대결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중국 프로인 판후이 2단을 이겼다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진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기심’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알파고#바둑#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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