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상대 소송대리 美 에런 메이어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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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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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위치정보 수집 왜? “연간 20억달러 시장에 유혹 느꼈을 것”거래때 고지했다는데… “약관, 소설책 3분의 1 분량… 읽다 지쳐”

애플을 상대로 프라이버시가 침해됐다며 소송을 낸 미국 고객 2명을 대리하고 있는 에런 메이어 변호사. 메이어 로 그룹 제공
애플을 상대로 프라이버시가 침해됐다며 소송을 낸 미국 고객 2명을 대리하고 있는 에런 메이어 변호사. 메이어 로 그룹 제공
“미국에서 개인의 위치정보를 상업적으로 환산하면 한 해 2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위치정보 시장(市場)’은 법의 테두리 밖(outskirts)에 있습니다. 애플 같은 회사가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충분한 인센티브가 있는 것이지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두 명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대신할 것입니다.”

고객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해온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미국 시민 2명을 대리하고 있는 원고 측 변호사인 에런 메이어 씨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소송에 착수한 배경과 소송 방향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있는 ‘메이어 로 그룹’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아이폰 사용자 비크람 아잠푸르 씨와 뉴욕 주의 아이패드 사용자 윌리엄 데비토 씨를 대리해 22일 플로리다 주 탬파의 연방법원에 위치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내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는 “원고 2명은 모두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종사자”라고 전했다.

―원고들은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으로 어떤 피해를 봤나.

“애플은 고객의 동의 없이 지난 1년 이상 개인 위치정보를 추적해 왔다. 더욱이 위치정보가 애플사의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암호화되지 않은 채 저장돼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때문에 실제 프라이버시가 침해됐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외부 장치에 동기화(synchronized)될 때 개인 위치정보를 담은 애플의 데이터베이스가 외부 장치에 복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은 개인 위치정보를 담아 이 데이터베이스를 업로드(더 큰 컴퓨터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것)했다.”

―원고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방법에 따르면 애플의 이 같은 행위는 컴퓨터 사기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에게 위치정보를 추적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애플이 약관에서 고지하지 않았나.

“애플의 거래 조건은 영어 단어로 1만5000자에 이른다. 평균적인 미국 소설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애플조차 고객들이 이를 다 읽기에는 너무 길다는 점을 알고 있다. 고객들은 애플이 위치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애플은 거래 조건에서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의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위치정보가 노출되면 어떤 부작용이 있나.

“나쁜 사람의 손에 자신의 위치정보가 넘어가는 것을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다. 개인 정보가 공공의 영역에 노출되는 바람에 무고한 시민들이 범죄자나 스토커의 희생양이 된 사례가 과거에 수없이 많았다. 20억 달러의 개인 위치정보 시장에 애플이 강한 유혹을 느낀 것이다.”

―원고들이 소송에서 요구하는 것은….

“애플이 더는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위치정보가 노출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또 제품 값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 제기 전에 애플과 접촉했나.

“애플과 합의하려면 법원 명령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송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애플을 움직이게 하려면 법원이 애플에 압력을 가하는 게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다. 미국인들은 감시당하지 않고, 전자적으로 추적당하지 않고 여행할 권리가 있다. 미국 기업들은 마케팅을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애플에 대한 소송은 소비자들이 기업들에 ‘이제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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