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병 묵묵히 범행 재연…현장검증 비공개로 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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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19일 오전 강화도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에서 불볕더위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해병대 중앙수사단은 동료에게 총을 쏜 해병대 김 모 상병(19)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 모 이병(20)을 데리고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흰 모자를 쓴 김 상병은 환자복 하의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왼쪽 팔과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오전 8시30분 경 구급차를 타고 소초에 도착했다.

뒤이어 도착한 정 이병은 군복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양 손목에 수갑을 찬 모습이었다.

사건 관련자로 추정되는 다른 장병 1명도 수갑을 찬 채 군용 차량을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수사단은 유족과 사건 관계자들이 다 모인 오전 10시 경 막사 안에서 현장검증에 들어갔다.

사건 당일 음주 경위와 총기ㆍ탄약 절취 과정, 범행 과정, 수류탄을 터뜨리게 된 경위 등에 대한 검증이 2시간30여분 간 진행됐다.

비공개 검증은 희생 장병 유족 10여명과 수사 관계자,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관했다.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과학수사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헌병대와 사복 차림의 수사 관계자들, 군 장병들이 막사 안과 밖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증이 다 끝나고 휠체어를 탄 김 상병의 모습이 잠시 보였고 5분 뒤 김 상병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져 소초를 빠져나갔다.

해병대사령부 추광호 공보과장은 "유족들이 안정되고 차분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지켜봤고, 김 상병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은 채 검증에 임했다"라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검증이 절반 정도 진행됐을 때 김 상병이 복통을 호소해 검증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 상병이 타고 온 앰뷸런스가 약을 가지러 밖으로 나왔다가 30여분만에 다시 소초로 들어갔다.

일정을 마치고 고개를 숙인 채 다른 유족과 함께 나온 故 권승혁 상병(20)의 아버지는 "김 상병이 현장검증에서 자신은 왕따를 당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언론에 보도가 잘못 나가 유족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며 "그런 보도는 죽은 아이들을 한 번 더 죽이는 것"이라며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김 상병은 지난 4일 해병대 2사단의 강화군 해안 소초에서 부대원들에게 K-2 소총을 발사해 4명을 숨지게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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