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70% 연계-쉬운 수능’ 기조 바뀌어야 수능이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육 현장에서 말하는 ‘대입 정상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입 제도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EBS 교재 연계 출제’와 ‘쉬운 수능 정책’을 포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배치표를 들고 대입 전략 설명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입 제도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EBS 교재 연계 출제’와 ‘쉬운 수능 정책’을 포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배치표를 들고 대입 전략 설명을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절반의 성공.’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학교 현장과 입시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수능 시험과 비교하면 난이도 차이가 컸지만, 올해 시험만 놓고 본다면 대입 시험으로서 변별력도 충분히 확보하고, 출제 오류도 없는 무난한 시험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 EBS 교재 70% 연계 정책과 ‘쉬운 수능’ 기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 EBS 70% 연계, 득보다 실이 많아


고교 현장에서는 EBS 교재 때문에 교과서의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2일 만난 서울지역의 한 사립고 교사는 “EBS 연계 정책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는 수월하다. 수능의 70%가 EBS 교재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교사는 교재에 나온 문항과 풀이법 위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된다. 그는 “좋게 말하면 가르치기 쉬운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문제풀이 과정만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일선 고교는 3학년이 되면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보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 모두 EBS 교재를 버젓이 책상에 올려놓고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들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EBS 교재를 수업 교재로 쓰지 말라고 지시하지만, 거기서 수능 문제가 나온다는데 어느 교사가 안 쓰겠느냐”며 “학부모들도 EBS 교재로 수업하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EBS 연계 정책이 일종의 독점이라는 비판도 있다. EBS는 정부가 설립한 공영 방송공사다. 이는 국가 기관이나 마찬가지인데, 수능을 출제하는 국가가 공부용 문제집도 펴내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게다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EBS 교재의 품질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만연하다. 한 예로, 올 수능 직후 생명과학Ⅰ이 유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드러나 이슈가 됐는데, 학생들은 “EBS 교재로 공부해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들”이라고 비판했다. 전반적으로 EBS 교재에 수록된 문항들이 너무 평이하고 쉽다는 평가다.

○ 쉬운 수능이 사교육 줄인다고?

현 정부가 고수하는 ‘쉬운 수능’ 기조도 논란거리다. 일단 수능을 쉽게 내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교육부의 인식 자체가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수능을 본 고3 조모 군(19)은 “학생들은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할 여건이 되면 대부분 하는 분위기”라며 “수능이 쉽거나 어렵거나 하는 점은 학원이나 과외를 선택하는 데 전혀 고려 대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쉬운 수능이 결코 사교육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지역 한 사립고 교사 이모 씨는 “대학생도 강남, 대치동에서 대입 선행 사교육을 받는 판국인데 수능 쉽다고 고3들이 사교육을 안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 입시제도의 안정성이 중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입시제도’가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봉이 2억 원을 넘는 한 인터넷 스타강사는 “사교육을 하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대입제도나 수능이 자주 바뀌길 원한다”며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의욕적으로 새 제도를 내놓을 때마다 업체들은 내심 쾌재를 부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새 제도가 도입되면 공교육은 이에 대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사교육 업체들은 수일 내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인력을 고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한 공립고 교사는 “정부가 수능을 쉽게 낸다고 발표해도 최상위권이나 상위권 학생들은 과외나 학원으로 ‘마이 웨이’를 간다”며 “상대적으로 중하위권 학생들만 공부를 게을리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수능#ebs#사교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