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앞서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한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에 대해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지적을 일부 인정하고 관련 공무원 8명을 문책하기로 했다.
최근 땅콩 회항 조사 과정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여온 국토부는 “조사 직원 간 역할 분담과 적절한 지휘감독이 없어 초기 대응에 혼선을 초래했고, 조사 과정에서 조사관 일부가 대한항공 임원과 수십 차례 통화하는 등 여러 부적절한 행동과 절차상 공정성 훼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29일 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 관련 공무원 8명을 문책하는 한편 검찰 수사 결과 공무원들의 추가 비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해서도 엄중 문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토부는 우선 조사 내용을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한항공 임원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 기밀누설)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출신 김모 항공안전감독관(54)에 대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징계에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김 감독관은 이미 검찰 조사를 거쳐 26일 구속 수감됐다.
또 조사단에 참여한 이모 항공보안과장과 이모 운항안전과장, 대한항공 출신 최모 항공안전감독관에 대해서도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조사 책임을 맡은 이모 항공정책실장 직무대리(항공정책관)와 권모 항공안전정책관을 비롯해 실무자 4명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경고하기로 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국민에게 사과했다. 서 장관은 이날 국토부 간부회의에서 “조사 과정에서 국민께 커다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전문인력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 채용과 특정 항공사 출신 비율 제한 도입 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의 구속 여부는 30일에 결정된다. 서울서부지법은 30일 오전 10시 반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한다. 또 증거 인멸과 강요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57)의 구속 여부도 함께 판단한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산하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에서 12일 사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석인하학원에는 인하대 항공대 인하공업전문대 등이 속해 있으며 조 전 부사장의 임기는 2016년 10월까지였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사실상 한진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한진그룹에 대한 지분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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