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현장서 800m 거리… 뉴욕 맨해튼 덮친 트럭 돌진 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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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서 이민 온 29세 범인
허드슨 강변 자전거도로 질주… 관광객-행인 8명 사망 11명 부상
車에서 내려 “신은 위대하다” 외쳐… 트럭서 “IS는 영원” 쪽지 발견
뉴욕 주지사 “외로운 늑대 소행”… 트럼프 “입국심사 강화 지시” 트윗


미국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최악의 차량 테러 공격을 받아 8명이 사망하는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핼러윈에 대형 테러 사건이 발생해 미국인들의 충격이 더 컸다.

뉴욕 경찰(NYPD)과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후 3시 5분 우즈베키스탄 이민자인 사이풀로 사이포프(29·사진)가 몬 소형 트럭이 로어맨해튼 서남쪽 허드슨 강변의 자전거도로로 질주해 아르헨티나 관광객 5명 등 8명이 죽고 2명의 어린이 등 11명이 다쳤다. 범인은 이날 뉴저지주 홈디포에서 빌린 트럭을 몰고 약 1.1km, 14블록의 길을 질주하며 자전거 탄 관광객과 행인을 뒤에서 덮쳤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이후 트럭은 뉴욕 명문고로 꼽히는 스타이버선트고교 앞 사거리에서 록펠러 공원 방향으로 급하게 좌회전을 하다가 스쿨버스와 부딪히며 멈췄다. 스쿨버스에 탄 어른 2명과 학생 2명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에서 내린 사이포프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고 모조 총기 2정을 휘두르며 도로 위 운전자와 행인을 위협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배를 맞고 붙잡혔다.

사건 현장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톰 켄드릭 씨(36)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다친 사람과 부서진 자전거가 도로 옆 수풀 등에 쓰러져 있어 도와주려고 다가갔지만 피투성이에 의식이 없고 팔다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며 “소름 끼치고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시의 고교 동창생들이 졸업 30주년을 맞아 9명이 뉴욕 여행을 왔다가 5명이 숨지는 변을 당했다. 벨기에 관광객도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뉴욕총영사관은 “한국 국적자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학교 3곳이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스타이버선트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기무라 히로 군(15)은 “매우 큰 자동차 충돌 소리가 난 뒤에 총격 소리를 들었다”며 “아이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격에 놀란 일부 학생들은 핼러윈 복장을 한 채 2시간 동안 학교에 갇혀 공포에 떨었다.

사이포프가 체포된 현장은 9·11테러가 발생했던 ‘9·11 메모리얼’에서 800m 떨어진 번화가여서 뉴욕 시민들의 충격이 더 컸다. 트럭에서는 “이슬람국가(IS) 이름으로 공격했다. IS는 영원하다”는 아랍어 쪽지와 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주권자인 사이포프는 2010년 이민 와 플로리다주 탬파에 살다가 뉴저지 패터슨으로 옮겨 6개월 전부터 우버 운전사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현재까지의 정보로 볼 때 무고한 시민을 노린 비겁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광범위한 테러 모의 증거가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 동기와 배후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테러에도 맨해튼에선 5시간 후 1만여 명이 참가하는 핼러윈 퍼레이드가 예정대로 열렸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우리는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트위터에 “방금 국토안보부에 ‘극단적인 입국심사 프로그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글을 올렸다. 우즈베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금지 행정명령 대상 국가는 아니다.

원시적인 차량 테러 공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09년 이후 세계에서 169건의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지난해 프랑스 니스에선 차량 테러로 86명이 사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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