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더 이상 이란과의 대화를 위해 협상단을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25~2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던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된 가운데, 대면 협상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화 등을 통한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화의 여지는 열어뒀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란이 미국 측에 ‘전쟁 발발 후 양측이 모두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하고 종전 선언을 하되 이란의 핵 능력 억제 협상은 추후로 연기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현재 양측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 등 핵 의제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를 우회해 협상의 물꼬를 틀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 트럼프 “종전안에 이란 핵포기 담겨야” vs 이란 “핵 추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4.17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루 전 미국 대표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한 것을 두고 “(협상 성과가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표단을) 17~18시간씩 비행기를 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종전 합의안에 반드시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조항이 담겨야 한다며 “그게 안 된다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이란 측을 압박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오거나 전화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란은 핵 의제를 협상에서 제외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선 개방한 뒤 추후 핵 협상을 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한 것은 핵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 이란 내 강경파를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텔레그램 채널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25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오만으로 떠났지만 하루만인 26일 다시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왔다.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그는 중재국인 파키스탄 측에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법적 체제 수립 △전쟁 피해 배상 △미국의 재침략 금지 보장 등 이란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 측의 지지를 당부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파키스탄 정부는 회담 장소로 전망됐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 등 일대의 교통 통제를 해제했다.
● 이스라엘, 대규모 레바논 공습 재개
한편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충돌이 격해지면서 앞서 17일부터 발효됐고, 23일 3주간 연장하기로 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6일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 크파르 테브니트 등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날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 군인 1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