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하버드 13조원 지원 재검토… “반유대주의 방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일 15시 28분


컬럼비아대 이어 돈졸죄기…‘대학 길들이기’ 비판

AP 뉴시스
AP 뉴시스
친(親)팔레스타인 시위 허용,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도입 등 진보 성향을 보여온 대학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중단하며 ‘대학 길들이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하버드대에 대한 자금 중단 검토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하버드대에 지급되는 약 90억 달러 규모(약 13조 3000억 원)의 연방 정부 지원금 및 계약을 재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톤 어린이병원 같은 하버드대 의대와 제휴 관계에 있는 기관까지 지원 축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학내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등 ‘반(反) 유대주의’ 방조를 지원 축소 이유로 꼽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처럼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에도 같은 이유로 4억 달러의 연방 정부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500억 달러가 넘는 기금을 보유한 하버드대는 세계에서 가장 재정이 건설한 대학 중 하나다. 그럼에도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연방정부) 자금 지원이 끊기면 생명을 구하는 연구가 중단되고 중요한 과학 연구와 혁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앞으로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해 취할 조치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지워싱턴대, 존스홉킨스대, 뉴욕대 등에도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학에 대한 압박, 나아가 ‘돈줄 옥죄기’를 다른 대학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대학가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대학 경영진에 교수진들은 격렬히 반발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경우 지난해 반유대주의 논란에 사임한 총장의 뒤를 이은 임시 총장마저 최근 학내 논란을 견디지 못하고 사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공격으로 미국 학자들은 망명을 모색할 정도”라며 “예일대의 경우 제이슨 스탠리 철학과 교수와 티머시 스나이더 역사학과 교수 같은 세계적 석학들이 최근 캐나다 토론토대로 옮겼다”고 전했다. 스위스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팀 퀴글리 조지아대 경영대 교수 역시 FT와의 인터뷰에서 “10살 딸을 학교에서 아이들이 총에 맞는 것보다 테슬라가 파괴되는 것을 더 신경 쓰는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에 대한 압박에 대해 NYT는 “하버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실제로 중단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학문적 반발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뉴욕포스트는 입학 컨설턴트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최근 여러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컬럼비아대가 아닌, 뉴욕대나 듀크대 등 다른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며 “대학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데다 입학 후 복잡한 일에 얽히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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