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軍-대학에 흘러간 엔비디아 반도체… 美 수출규제에도 中업체 10곳서 밀수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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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칭화대-하얼빈공대 등서 사용
中 해외법인 통해 재고 구매 가능성
엔비디아 “수출 규제법 준수… 억울”

뉴시스
미국이 ‘전략 자산’으로 지정해 대(對)중국 수출을 막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중국 대학연구소는 물론 군에도 공급된 정황이 나왔다. 미 당국은 수출 규제의 허점을 막겠다며 중국 외부에 있는 중국 기업의 반도체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빈틈없는 수출 통제라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중국의 관련 입찰 문서를 분석한 결과, 약 10곳의 중국 기업이 미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첨단반도체 A100·A800칩과 H100·H800칩을 밀수입해 여러 중국 기관에 공급했다”고 폭로했다. 엔비디아의 해당 제품들은 모두 미 정부가 지정한 ‘전략 자산’에 속한다. A100·A800은 2022년 8월 중국 수출이 금지됐으며, 엔비디아가 규제를 피해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저사양 H100·H800도 지난해 10월부터 금지 품목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규제 조치 이후에도 A100을 100건이나 구입했으며, 지난해 10월 이후 A800도 수십 건 사들였다. 목록을 살펴보면 칭화대나 하얼빈공대 등 중국 군부와 관련 깊은 대학이 많고, 심지어 인민해방군(중국군)도 구매자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어떤 경로를 이용해 사들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로이터는 “미국 기업에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사들였거나 인도나 대만, 싱가포르 등에 현지법인을 둔 중국 기업을 통해 수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중국 대학이 반도체 구입 당시 제시한 요구사항을 보면 “중고품이 아닌 새 제품일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어 밀반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자사는 미국의 수출 규제법을 준수해 왔으며 고객사에도 동일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미 제재에도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을 두고 ‘반도체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로이터에 “반도체 소재는 크기가 작아 밀수에 용이하다”며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완벽할 것이란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도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이 있지만 엔비디아를 완벽하게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뜻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중국#엔비디아 반도체#밀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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