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총선도 ‘우향우’…‘기후 위기’보단 ‘불법 이민’이 표심 잡았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3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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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포퓰리즘 스위스국민당(SVP) 1위
녹색당 10% 하회 예측…4%P 하락 예상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위스 총선에서 보수당이 강세를 보였다. 직전 총선에서 약진했던 녹색당은 지지율이 후퇴했다. 기후 위기보단 이민자 문제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불만이 표심에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A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총선에선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최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위스 공영방송 SSR 출구조사에선 SVP가 29%를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4년 전 직전 총선에 비해 3.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크게 약진했던 녹색당은 4%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10% 득표도 실패할 것으로 전망됐다.

출구조사 기준 득표율은 SVP 29%, 좌파 사회민주당(SP) 17.4%, 중도우파 중앙당(CP)과 중도 자유당(FDP) 각 14.6%, 녹색당(GPS) 9.2%, 녹색자유당 7.1%로 예측됐다.

2019년 총선 결과는 SVP 25.6%, 사민당 16.8%, 자유당 15.1%, 중앙당 13.8%, 녹색당 13.2%, 녹색자유당 7.8%였다.

이것은 스위스 국민들이 기후 위기보다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 결과로 풀이된다.

마르코 키에사 SVP 대표는 “우리는 불법 이민과 같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번 총선 결과와 관련, 스위스는 급속한 빙하 해빙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가이지만 기후 위기보다는 이민자 문제에 대한 우려가 이를 압도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거주자의 4분의 1은 외국인이다. 주로 이탈리아,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출신이 많다고 한다. 다만 연방 선거에선 스위스 국적자만 투표권이 있다.

또 러·우 전쟁에서 사실상 ‘중립국’ 위치를 버리고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에 지나치게 동조했다는 비판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反) EU 성향이 강한 SVP는 EU의 대러 제재에 너무 동조했다는 견해에 따라 스위스가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이 아니다.

SVP는 “우리는 EU와 좋은 관계를 원하지만, EU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스위스 선거 결과로 유럽 전역에서 극우파 강세는 더욱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네오파시스트에 뿌리를 둔 정당 출신이며, 오스트리아에선 반이민 자유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핀란드는 극우파가 새로운 연립정부의 일원이 됐고, 스웨덴은 극우파가 주요 정책을 양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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