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사진)가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남성 유튜버 2명에게 속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정세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의 후임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메르켈 전 총리가 16년의 집권 기간 중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바람에 러시아의 침공이 수월해졌다고 거듭 비판해왔다.
20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달 12일 포로셴코 전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 알렉세이 스톨랴로프와 통화했다. 독일 외교부 관계자가 통역을 맡은 이 통화에서 메르켈 전 총리는 자신이 주도한 ‘민스크 협정’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침공을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세력이 무장 투쟁에 나서자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메르켈 전 총리의 중재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도 침공했다.
두 유튜버는 메르켈 전 총리에게 러시아어로 말해달라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두 유튜버는 과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턴 존, 해리 영국 왕자 등에게도 비슷한 장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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