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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국제

소설 ‘남편 죽이는 법’ 美 작가…7년 뒤 실제로 남편 교묘히 살해

입력 2022-05-19 11:41업데이트 2022-05-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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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살해하는 경우 부인은 살인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인은 “치밀하고 냉철하고 교활해야 한다.”

“남편을 죽이면 해방될 수 있지만 여생을 감옥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다.” “분명히 말해 두는데 오렌지색 죄수복은 내 취향이 아니다.”

미국의 연애 소설가 낸시 브로피(71)가 명성을 얻은 ‘남편 죽이는 법’이라는 소설책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그는 2011년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이후 7년 뒤 브로피의 남편 대니얼이 화창한 6월의 어느 아침 오렌곤주 포틀랜드의 조리학교 주방에 출근해 두 차례 총격을 받고 잔인하게 살해됐다.

그러자 경찰이 소설가 부인이 책에서 묘사한 교묘한 살인 방법을 근거로 부인을 범인으로 판단해 수사중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총기 부품을 따로 사모으고 카메라와 증인이 없음을 확인한 뒤 총을 쏘고 남편이 숨진 뒤 며칠 만에 보험금을 신청했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브로피는 이번주 멀트노마 카운티 순회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남편을 잃은 걸 슬퍼하고 25년 동안 행복하게 살아온 남편과 곧 은퇴해 세계여행을 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편이 재미있고 똑똑하며 친절하고 겸손했다면서 두 사람은 한번도 크게 다툰 적이 없으며 서로를 의심한 적도 없다고 했다. 외도한 적이 없는데 결혼생활이 비극적으로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배심원들에게 “그가 부족한 점은 내가 채웠다. 나의 장점이 그의 약점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 둘은 첫 눈에 반했고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1990년대초 처음 만났다. 당시 낸시 크램프턴이던 소설가가 포틀랜드로 이사한 뒤 남편이 강사로 일하는 요리학교 수업을 들었다.

결혼한 두 사람은 포클랜드 근교에서 평온한 삶을 살았다. 남편은 뒷마당에서 닭과 채소를 키웠고 부인은 보험회사 판매원도 하고 소설도 썼다.

소설가는 표지에 상의를 벗은 남성이 등장하는 “나쁜 남편”과 “나쁜 경찰”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자비로 출판했지만 돈을 벌진 못했다. 아침에 침대에 누운 채로 소설을 쓰면 남편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왔다.

브로피는 책의 저자 설명에 “이 책은 잘생긴 남자와 강한 여성, 일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을 갈구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썼다. 남편을 크게 칭찬하고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변호사는 두 사람이 잘 살았다고 증언해줄 친구와 친척들을 소환했다. 브로피의 조카인 수전 에스트라다는 10년 전쯤 1년 가까이 부부와 함께 살면서 브로피에게 보험 판매를 배웠다고 했다. 그는 브로피가 집필을 멈추고 남편을 도와 집을 수리하거나 식사 준비를 했고 보험 판매에 나설 때는 점심 도시락을 함께 싸는 등 서로를 도우면서 살았다고 했다.

에스트라다는 “두 사람을 보면서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2018년 6월2일 오레곤 요리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이 뒤쪽 부엌 바닥에 숨져 있는 남편 브로피를 발견했다. 도착한 직후 문을 열기 전에 싱크대에서 물과 얼음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이날 아침 경찰이 요리학교에 출동했다는 소식을 들은 부인 브로피가 현장에 도착했다. 수사관들이 남편이 살해됐다고 알렸다.

브로피는 수사관들에게 남편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닭에게 모이를 주고 산책을 시킨 뒤 샤워하려고 2층에 올라왔을 때 깼다고 했다. 남편은 싱크대에서 물이 샌다고 말하면서 7시 조금 넘어 출근했다고 했다.

포틀랜드 경찰국 수사관 앤토니 메릴은 “당시 크램프턴 브로피가 남편이 권총으로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것을 알고 슬퍼했다고 생각해 위로했었다”고 했다.

경찰관들이 브로피를 집에 데려다 주었고 그는 벽장에 있는 총을 보여줬다. 플로리다 파크랜드 학교 총격사고가 난 뒤 불안해져서 총을 샀다고 했다.

다른 경찰관들이 현장 주변 감시 카메라를 살폈다. 현장에는 카메라가 없었지만 인근 피자가게 카메라에 길거리 모습이 짧게 잡혔다.

피자가게 카메라 동영상을 살펴본 수사관들이 신경에 거슬리는 장면을 찾아냈고 반복해서 살펴봤다. 그날 이른 아침 브로피가 구형 토요타 미니밴을 타고 요리학교에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수사관들은 인접 지역 감시 카메라에서도 미니밴을 확인했다. 검찰은 브로피가 미니밴을 운전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브로피가 아직 자고 있었다던 오전 6시39분에 미니밴이 도착했다. 한 동영상에는 밴이 요리학교가 보이는 언덕에 정차한 모습도 포착됐고 밴이 오전 7시8분 요리학교에 도착하는 모습이 나오는 동영상도 있었다. 수사관들은 약 20분 뒤 브로피가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로피는 이번 주 사건 발생 당일 아침 일찍 현장에 왔거나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남편이 숨졌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미니밴이 동영상에 포착된 시간이라면 평소처럼 소설 쓰기를 마치고 스타벅스로 갔을 것이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증언했다.

수사관들은 다른 사실들도 밝혀냈다. 벽장에 있는 총을 보여주면서도 등록되지 않는 ‘유령 총’ 키트를 별도로 샀다는 걸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했다. 수사관들은 이베이에서 권총 슬라이드와 총열을 사서 경찰에 넘긴 총에 조립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조립에 사용한 슬라이드와 총열을 찾지 못했다.

검찰은 브로피가 슬라이드와 총열을 바꾼 뒤 남편을 살해하고 다시 바꿔치움으로써 수사관들이 총기에서 발사 흔적을 찾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브로피는 소설을 쓰기 위해 유령총 키트와 슬라이드, 총열 부품을 샀다고 증언했다. 식탁을 뒤엎는 등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인이 한달에 부품 하나씩을 모아서 총을 완성한다는 소설이었다. 은행 계좌 기록에 따르면 유령총과 부품 비용은 부부 공동계좌에서 지불했으며 브로피는 남편이 구매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총 키트가 배달됐을 때 함께 상자를 개봉했다고 했다.

그러나 17일 재판에서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브로피가 언젠가 파크랜드 사건 이후에 샀던 총의 슬라이드와 총열을 분해해 봤다고 시인한 것이다. 지방 검사보 숀 오버스트리트가 증언대에 들이대며 압박했다. 집에 이미 총이 있는데 왜 소설을 쓰는데 슬라이드와 총열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따졌다.

브로피는 총 부품이 멋져서 책에 잘 묘사하려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소설을 쓰려고 한 거다. 당신 말처럼 남편을 죽이려고 산 게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브로피는 감시 카메라에 다른 용의자가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사건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노숙자와 경찰이 살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벽 뒤에 숨어서 가방을 살펴본 남자가 있다고 했다. 수사관들은 그들을 찾아내지 못했다면서 남편의 지갑과 휴대전화, 자동차 열쇠 모두 그대로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브로피가 돈 때문에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남편의 퇴직연금계좌에서 대출을 받았는데도 매달 수백달러의 생명보험금을 냈다는 것이다. 브로피의 변호사들은 브로피가 보험 판매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했고, 브로피가 받는 보험금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남편이 숨진 뒤 보험금을 신청해 140만달러(약 17억8200만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남편이 살해된 지 4일 뒤 브로피가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용의자가 아니라는 편지를 써달라고 요청한 녹음 증거가 제시됐다. 수사관들은 미심쩍어하면서 이유를 물었고 브로피는 자기가 다니는 보험회사에 4만달러(약 51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필요하다고 했다.

녹음에서 브로피는 “보험회사가 내가 ‘25년 동안 함께 살았던 댄 없이 노후를 보내길 간절히 원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브로피는 3개월 뒤 살인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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