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일부 봉쇄에 사재기… 상하이선 ‘철제 펜스’로 주민 가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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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1, 2도시 코로나 ‘더블 패닉’

아예 못 나오게… 상하이 공동주택 입구에 철제 펜스 24일 중국 상하이 방역 당국이 한 아파트 입구를 약 2m 높이의
 철제 펜스로 둘러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29일째인 상하이에서는 이처럼 사전 예고도 
없이 방역 당국이 아파트 입구에 펜스를 설치하는 사진과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에바 람멜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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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못 나오게… 상하이 공동주택 입구에 철제 펜스 24일 중국 상하이 방역 당국이 한 아파트 입구를 약 2m 높이의 철제 펜스로 둘러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29일째인 상하이에서는 이처럼 사전 예고도 없이 방역 당국이 아파트 입구에 펜스를 설치하는 사진과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에바 람멜루 트위터 캡처
중국의 수도 베이징까지 일부 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봉쇄됐다. 베이징 중심가를 포함하는 차오양구는 인구 350만 명의 이곳 일부를 주민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관리통제구역으로 설정했다. 베이징 시민들은 봉쇄에 대비해 식료품 사재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30일째 봉쇄 중인 상하이에서는 주민을 집 안에 가두려는 ‘철제 펜스’가 등장했다.

신규 확진자 급증, 강도 높은 봉쇄 조치 등으로 중국 양대 도시 베이징과 상하이 주민의 불안감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강도 높은 봉쇄에도 24일 상하이에서만 51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고, 2만 명대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 베이징 식료품점 “1시간 만에 물건 동나”
23일과 24일 각각 22명과 19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베이징은 일부 지역이 봉쇄됐다. 당국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차오양구 중심지 약 15km²를 임시 관리통제구역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 사는 주민은 해당 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베이징의 주요 회사들 또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식당, 영화관,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노래방 등의 운영도 잠정 폐쇄됐다.

1시간 만에 텅 빈 베이징 식품 매장 2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과일 및 야채 매장의 매대가 텅텅 비어 있다. 문을 연 지 1시간 만에 모든 제품이 동났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시간 만에 텅 빈 베이징 식품 매장 2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과일 및 야채 매장의 매대가 텅텅 비어 있다. 문을 연 지 1시간 만에 모든 제품이 동났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베이징 곳곳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도 줄곧 봉쇄는 없다고 주장하던 상하이 당국 또한 말을 뒤집고 전격 봉쇄를 택한 것을 목격한 탓이다. 이른바 ‘상하이 학습 효과’ 때문에 25일 차오양구 내 각종 상점에서는 채소와 과일 등 생필품이 오전부터 일찌감치 동났다.

기자가 찾은 한 과일 및 야채 전문매장 직원은 “오전 7시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한 시간 만에 모든 제품이 팔렸다”고 했다. 당국은 “생필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어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봉쇄 여파로 주식시장과 위안화 가치 또한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3%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 또한 지난해 4월 이후 1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져 자본 유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상하이에선 집 대문 앞에 철제 펜스
BBC 등은 24일 중국 방역당국이 상하이 일부 지역의 출입구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시민은 BBC에 “사흘 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 앞에 철제 펜스가 생겼다. 아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웃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자마자 아파트 1층 정문이 쇠사슬로 묶이고 폐쇄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상하이 도심 거리에서 녹색 펜스가 쳐진 주택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관해 당국에 문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도 녹색 철제 펜스가 설치된 아파트 입구 동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웨이보에는 “철제 펜스가 쳐진 건물에서 화재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당국은 울타리에 갇힌 주민들의 인권을 고려하고 있는가” 같은 항의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25일 텅신왕 등에 따르면 상하이의 한 여성 가사도우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집주인이 격리되고 아파트마저 폐쇄돼 갈 곳이 없어지는 바람에 무려 닷새 동안 공중전화 박스에서 노숙했다.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고향인 안후이성 닝궈(寧國)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닝궈에서 온 구급대원들이 그를 고향으로 데려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베이징#일부 봉쇄#사재기#철제 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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