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쿵’…남편 정장 입더라” 우크라 영부인이 전한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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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2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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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부인 올레나 여사(오른쪽). 올레나 여사 페이스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부인 올레나 여사(오른쪽). 올레나 여사 페이스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여사는 무력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를 갈라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11일(현지시간) 올레나 여사는 패션 잡지 보그 우크라이나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산산조각내서 내부 갈등을 유발하려 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이는 우리를 공격한 폭군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에게는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레나 여사는 “우크라이나 국민 한 사람이 고문·강간·살해당할 때, 우리는 우크라이나인 전체가 고문·강간·살해당했다고 느낀다”며 “우리는 행동하고 침략에 저항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기를 든 군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의사 등은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예술가, 레스토랑 경영자, 미용사는 자원봉사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단합된 모습이 아이들을 포함해 젊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깊은 애국심을 심어줬다고 전했다. 올레나 여사는 “그들은 애국자이자 조국의 수호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을 회상했다. 올레나 여사는 “새벽 4∼5시경 ‘쿵’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 소리가 폭발음이라는 걸 바로 알진 못했다. 일어나보니 남편은 침대에 없었다. 평소처럼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선 ‘시작됐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날이 개전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장을 입은 마지막 날이었다고 올레나 여사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레나 여사에게 “만일을 대비해 필수품과 서류들을 모아놔라”고 한 뒤 집을 나섰고, 이후 두 사람은 전화 통화만 하고 있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 사이에는 딸(17)과 아들(9)이 한 명씩 있다. 올레나 여사는 “아이들의 감정을 보살필 필요가 있었다”며 “아이들 앞에서 웃고, 활기차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며 “다른 우크라이나 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도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확실히 지금 상황은 아이들이 봐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정직하고 성실하기에 아이들에게 숨길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진실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아들·딸과 상의했고 두 아이의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올레나 여사는 전쟁이 시작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를 가장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친척이나 친구를 만나지 못해 전화로만 누가 어디에 있고, 살아 있는지 알아냈다. 어느 순간 그들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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