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관 파괴해 난방 차단…“주민 100만명 얼어 죽을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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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민간인 대피에 합의하고도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피란민을 향해 포격해 희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번엔 마리우폴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파괴해 난방을 차단하는 등 민간인들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 마리우폴과 인근 도시 주민 약 75만 명은 영하의 날씨에 난방과 전기 등이 모두 끊긴 채 고립된 상황이라고 우크라이나 의회가 6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나 소브순 우크라이나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마리우폴로 이어지는 가스관이 러시아 침략자들 때문에 훼손돼 75만 명 넘는 주민들이 난방이 끊긴 채 영하의 날씨에 남겨졌다”며 “거의 100만 명의 주민들이 인도주의적 재앙 속 얼어 죽을 위기에 놓일 것”라고 전했다.
● 러軍, 휠체어 탄 12세 여아까지 공격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포위망을 좁히면서 이르핀과 호스토멜, 부차 등 키이우 인근 도시들을 고립시키고 포격을 퍼붓고 있다. 올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대피소에 70여명의 아이들이 있고 많은 아이들이 부상당한 상태”라며 “러시아군은 이들을 대피시켜 주지 않고 있으며 의약품 수송도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6일 오전 키이우 북부 도시 이르핀에서는 수백 명의 피란민들이 200m 밖에서 벌어지고 있던 교전을 피해 키이우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다가 러시아군이 발사한 박격포탄 공격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폭격에 막 다리를 건너던 일가족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우크라이나군이 급히 의무병을 불렀지만 8살 딸과 10대 아들, 그리고 부모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마르쿠신 시장은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이들 일가족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포탄이 터지면서 내 눈 앞에서 어린이 2명과 성인 2명이 사망했다”며 “숨진 이들은 모두 비무장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키이우 남부 도시인 마르칼리우카에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12살 여아를 포함해 일가족 6명이 숨졌다. 폭격에서 살아남은 이호르 모자예우 씨(54)는 워싱턴포스트에 “손녀는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최소 38명의 어린이가 숨졌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의도적인 살인”이라고 말했다. 부인 올레나 젤렌스키 여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망한 5명의 어린이 사진을 올려 “러시아의 어머니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의 남편 형제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죽이고 있다고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흑해 연안 도시 헤르손 등에선 우크라이나 시민 수백 명이 러시아군의 총구 앞에서 “내 땅을 떠나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헤르손 인근 노바 카흐보카에선 러시아군이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향해 섬광 수류탄 등을 발사해 5명이 부상을 당했다.
● “키이우 진격 막자” 교량 폭파 준비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오데사항에 대한 러시아군의 진격에 대비해 결사항전 채비에 들어갔다. AFP통신은 6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키이우 도심으로 가는 서쪽 길목인 빌로고로드카 교량을 파괴할 폭약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지상군이 탱크를 앞세워 들이닥치면 다리를 바로 무너뜨릴 계획이다. 이 다리는 키이우에서 서부 내륙으로 통하는 마지막 길목이다.

키이우에 남은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차고를 지하 무기공장으로 개조하고 화염병을 비축하는 등 게릴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를 포위하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됐던 병력의 95%를 우크라이나 영토 내로 진입시켰으며 현재까지 6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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