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감히 평범한 사람 묘사하다니…” 獨 언론인이 쓴 책 출간기념회 돌연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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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열기로 한 공자학원서 반발
출판사 “中대사관도 취소 종용”
공저자 “中, 오직 숭배만 원하는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쓴 독일 언론인의 책이 독일 대학 내 공자학원에서 소개될 예정이었지만 행사가 돌연 취소됐다고 독일 일간지 빌트가 23일 보도했다. 공자학원 관계자는 이 책을 낸 출판사에 “누구도 시 주석을 평범한 사람으로 언급할 수 없다. 시 주석은 범접할 수도, 논평할 수도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중국대사관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운영 중인 공자학원은 ‘중국 문화 전파’를 위한 교육기관인데 미국과 유럽 등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조직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만 13곳의 공자학원이 있다.

빌트 보도에 따르면 독일 주간지 슈피겔 전 편집장 슈테판 아우스트와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아드리안 가이게스는 올 7월 ‘시진핑―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자’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두 공저자는 27일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와 라이프니츠 하노버대 내 공자학원에서 온라인 출판기념회를 겸한 특강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흘 전(23일) 갑자기 취소됐다.

출판사인 피퍼 페를라크는 “중국의 압력으로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빌트에 따르면 공자학원 관계자는 출판사에 ‘시 주석을 함부로 논평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고, 펑하이양 뒤셀도르프 주재 중국 영사도 행사 취소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대사관은 23일 “공자학원의 활동은 양측 공동의 이익과 관심사에 부합해야 한다”고 밝히며 개입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가이게스는 “이 책은 중국을 균형 있게 다뤘다. 중국은 오직 시 주석에 대한 숭배만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우스트는 “거대해진 중국이 그들의 가치를 서양에 강제하려 한다. 시 주석 부하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출판사 대표 펠리시타스 폰 로벤베르크는 “행사 취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라이프니츠 하노버대도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며 성명을 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시진핑#책#돌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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