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330배 큰 中의 압박에도 ‘현상유지’ 외치는 이유

뉴스1 입력 2021-10-21 06:07수정 2021-10-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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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중국의 대만통일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지만 대만 차이잉원 정부는 ‘현상유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만의 면적은 359만6000 헥타르(ha)다. 중국의 면적은 9억6000만 헥타르로 대만의 330배에 달한다. 대만은 인구와 경제 및 군사 전체 규모에서도 중국에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런 대만이 중국의 위협에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대만인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反)중국 심리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중국 억제를 위해서라도 대만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미국의 맥아더 장군이 대만을 두고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10일 쌍십절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양안(중국·대만) 관계완화를 희망하며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만은 중국의 주장에 따라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는 길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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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은 “중국이 제시하는 길은 대만 국민 2300만명에게 자유롭고 민주적인 삶을 앗아가는, 즉 주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삶”이라며 “대만인들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지 말라”고 현상을 변경하려는 무력 시도엔 분연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의 발언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대만 독립이라는 분열은 조국 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민족 부흥의 심각한 복병”이라는 대만 통일 의지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사실 중국과 대만의 역사는 한 번도 우호적인 시기가 없었다. 고대 중국에 있어 대만은 전략적 기지가 아닌 변방으로서 주요 관할 지역조차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관심 밖의 지역이었다.

대만은 동방무역을 위한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당시 서구열강과 토착민, 한족, 일본인들이 뒤섞여 혼재했다. 중국인이 대만을 직접 통치한건 명나라가 멸망한 후 유신 정성공이 타이난에 상륙해 네덜란드인을 항복시키고 그의 아들 정경이 직접 통치하면서다.

이마저도 중국 진출 실패와 내분으로 2대 만에 끝나고 1683년 대만은 청에 예속됐다. 이때 한족들이 본격적으로 대만으로 이주했다. 이 과정에서 토착민들은 한족에 쫓겨 고산족으로 불리는 등 한족과 갈등이 생겼다.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대만은 일본의 영토로 할양됐다. 당시 대만은 ‘타이완민주국’이라는 정부를 세우고 항전했지만 일본에 의해 무력으로 점령됐다. 대만 역시 식민지로 수탈을 당했지만 한국에 비해 그 정도가 덜했고, 애초 청나라에 관심 밖인 지역인 만큼 소속감 역시 떨어져 일본에 대한 저항 역시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본토에서 국민당이 국공합작 이후 공산당에 패배하고 대만으로 쫓겨나면서 대만과 중국의 관계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국민당 군대가 대만을 본토 수복을 위한 기지로만 여기는 데에 대한 불만이 컸다.

대만의 대중국 전략은 중국과 맞서 싸운다기보다는 미국 등의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 1996년 발생한 3차 양안 위기 당시 중국의 침공이 가시화됐을 때 미국의 무력시위로 무산된 바 있기도 하다.

이처럼 대만은 중국이 있는 한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이 대만도 버릴 것이라고 악담을 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구성원 등 동맹이 침략을 받으면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대만의 주체성을 담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즉, 중국과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평화와 안정 그리고 투명한 양안관계를 맺겠지만 무력을 동반한 통일 시도에는 단호하게 맞선다는 것이다.

이는 3불(不독립·통일·무력사용)과 3통(통상·통항·통신) 정책을 주장하며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던 마잉주 총통의 정책이나 급진적인 독립 정책 추진으로 양안 관계에 지나친 긴장감을 불어넣어 미국마저 우려하게 한 천수이볜 정부의 정책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대만이 홍콩 등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는 차이 총통의 정책이 선택받는 데 힘을 보탰다. 차이 총통이 지난 2020년 재선 과정에서 국민당 한궈워 후보의 ‘대만 국제 고아설’ 주장을 꺾은 것도 이 같은 여론이 반영됐다.

앞서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일국양제를 채용했지만 결국 보안법과 선거제 개편 등으로 중국의 지배력을 강화한 것과 같은 일이 대만 통일 이후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위기감이 대만 내부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 분리주의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법 제정을 준비하는 등 노골적인 대만 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이런 여론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만도 마냥 미국의 군사력에만 의지할 수 없는 만큼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해 자체 무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은 1979년 국내법으로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의거해 대만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대만관계법 6항 보증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대만 관계법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행사하는 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미국은 지난 8월 155㎜ M109A6 중형 자주포 40대를 7억5000만 달러(약 8580억원)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

대만은 지난 4월 대만해협에서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해 미국에 패트리엇 PAC-3 MSE 구매를 요구한 바 있다. 대만 공군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2025년 또는 2026년 인도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최근 월스트리트 약 20명의 미군 특수작전 및 지원 병력이 대만 지상군의 소규모 부대를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미 해병대도 소형 보트 훈련을 위해 대만 해병대와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대만의 자체 무장 전략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모습이다.

대만 빈과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군은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한광(漢光) 훈련 37호 워게임에서 처음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에 승리를 거뒀다. 비록 대만의 일방적 주장이기는 하지만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중국에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워게임에서 대만군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중국군의 비행장과 병력이 결집한 곳을 공격했다. 여기에 대만 함대와 공중 병력은 중국군 상륙 선단을 격침해 큰 타격을 입혔다.

대만군 당국은 한광 37호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중국군이 국군보다 배 이상 많았지만 대만군의 정예병력은 보존했고, 기동부대와 원거리 공격 전력 등이 있어 중국군이 대만군을 가볍게 여기고 전술과 전법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패전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만이 자체 무장 역량을 갖춰 중국의 우선적인 공격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고슴도치(porcupine)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이 의지하는 미국이 중국과 전면전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을뿐 아니라 최근 중국 관영매체 등에서는 남중국해 일대에 중국군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대만이 과연 실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워게임과 같은 결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의 워게임 승리 주장에 대해 대만 전투기는 구형으로 중국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등을 따라올 수 없다며 대만의 이런 주장은 ’공상‘이라고 일축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대만이 쓰러지면, 그 결과는 지역 평화와 민주 동맹 체계에 재앙적일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중국 환구시보는 “차이 총통이 ’대만과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란 제목으로 쓴 글을 보면, 대만 당국은 그들의 분리주의 시도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보고 상당히 겁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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