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다음은 네팔인가…두달전보다 확진자 65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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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20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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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유행에 잘 대비하지 못해 극심한 타격을 입은 인도 다음에는 네팔이 위험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분석했다. 전염성이 높은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데 열악한 의료 설비에 더해 인도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가 인도의 코로나19 재유행 참상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중환자실이 꽉 차고 병원들이 산소 부족을 호소하는 등 이웃 네팔의 의료체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인구 3000만 명의 가난한 나라인 네팔은 침대와 약품이 부족해 코로나19 환자들의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 네팔 보건부는 “우리의 의료 인프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산소 공급과 수요의 격차가 크다. 남아 있는 백신도 없다”고 밝혔다.

◇ 귀국 근로자 통해 인도 변이 창궐…경계심 해이도 한몫 : 네팔이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인도 때문이었다. 제2의 물결이 인도를 뒤덮어 공장이 폐쇄되면서 네팔 이주 노동자들이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B.1.617.2 변이를 가지고 귀국한 것이다.

그 즈음 인도의 다른 이웃 국가들처럼 코로나19를 잘 막아냈다고 생각한 네팔 정부와 국민들은 극도로 부주의해져서 대규모 결혼식, 종교 축제, 정치 집회 등을 거리낌없이 열었다.

그 결과 지난 18일 기준 813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는 두달 전보다 65배나 증가한 기록이다. 사망자는 196명에 달해 지난달 초 보고된 하루 5명에서 폭증했다. 네팔 보건부에 따르면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는 확진자들의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몇주 내로 인도에서 네팔로 들어올 근로자들이 40만명이 넘는다.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수크라라즈 열대 및 감염병 병원의 임상 연구 책임자인 셰르 바하두르 펀 박사는 “제1차 대유행 때보다 매우 빠르게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면서 “30세~50세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47만2000명, 총 사망자 수는 5400명인데, 전문가들은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19 양성률(positivity rate)은 거의 5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진단 테스트를 받은 이들의 절반이 코로나19를 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팔 주재 유엔 상무조정관인 사라 베이솔로우 얀티는 “양성률이 15%만 넘어도 사람들은 불안해하는데 네팔은 비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도울 여력 없는 인도 빈자리 중국이 차지 : 네팔은 인도로부터 의료용 산소를 공급받지만 코로나 창궐로 인도는 네팔에 줄 여유가 없었다. 최근 인도는 2~3대의 산소탱크와 900개의 실린더를 보내는데 성공했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네팔 보건부 대변인은 “위기에 처한 인도가 우리에게 그 위기를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이 중국이 개입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네팔 통합개발연구소의 사마르 S.J.B. 라나 연구원은 “인도의 의료 지원의 공백을 중국이 메우려고 나서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부탄 제외한 모든 인도 이웃 국가들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나 중국 중 어느 쪽의 도움을 받을 것이냐의 결정은 인도 주변국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3월 네팔에 80만회분의 시노팜을 보냈지만 백신 생산 능력은 인도보다 낮고, 14억 명의 자국민에게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신화통신은 지난 17일 네팔 민간기업이 구입한 빈 실린더 2만5000여 개가 중국제 개인보호장비, 응급실 병상 등과 함께 국경 세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지난 11일에는 산소 실린더 400개, 인공호흡기 10개, 산소농축기 170개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 중국서 물류 이동 힘들어…결국 자력갱생 중요 : 하지만 SCMP는 북쪽에 위치한 중국에서 네팔로 산소를 수송하는 데는 엄청난 물류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채워진 산소 실린더는 폭발 위험 때문에 위험물 취급을 받으며 운송되는데, 머나먼 길을 지나 티베트 자치구를 통과해야 네팔에 닿는다.

이 때문에 네팔은 동쪽, 서쪽, 남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에서 산소를 공급받거나 스스로 산소를 생산해야 한다고 SCMP는 설명했다.

유엔의 얀티 조정관은 “엄청난 감염자를 낸 인도 조차도 네팔보다는 의료 시스템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네팔에서 재유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공 의료 조치와 백신인데 부국들이 백신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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