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가뭄’ 해소할까…美, WTO와 지적재산권 ‘한시적 정지’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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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지적재산권을 한시적으로 정지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달 5, 6일로 예정돼 있는 WTO 일반이사회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2일 CBS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의 특허 정지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번 주 WTO에서 백신을 더 널리 보급, 허가하고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며칠 내에 이에 대해 더 할 말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방송에서 이 문제에 대해 “타이 대표가 집중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제약회사들은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데에 장벽이 없도록 최소한의 비용으로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등 자국 제약회사의 지재권을 유예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빠른 백신 보급 방법을 각국과 논의하겠다는 보다 진일보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백신 대국’인 미국은 그동안 제약회사의 특허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서 인도 등 백신이 부족한 다른 나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왔다. 미국은 지난달 말 6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해외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로는 세계적인 ‘백신 가뭄’을 해소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이 일제히 백신 지재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실무 협상을 맡은 USTR은 이렇다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미 정가에서도 미국의 백신 기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세력의 거물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N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백신의 지재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수백만의 생명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은 백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난한 나라들이 지재권을 가질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샌더스 의원은 9명의 민주당 상원 의원과 함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신 지재권 적용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에서는 아직 이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하게 타국에 백신 특허를 내주기보다는 차라리 현재 제약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제약회사들도 지재권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면 연구개발 인센티브가 줄기 때문에 향후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경우 민간에서 백신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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