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법원 “온실가스 감축은 국가 의무… 시민에게 배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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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아시아 첫 기후소송 진행
네덜란드-아일랜드 대법원서도 기후변화 대응 ‘국가 책무’로 판단

지난해 3월 13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청소년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섰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지난해 3월 13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청소년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섰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기후변화 대응을 못 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시민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기후소송이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은 4일 그린피스프랑스, 옥스팜프랑스 등 4개 환경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프랑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프랑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20년까지 23%로 늘리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17.2%에 그치는 등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정부에 환경단체가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한 1유로(약 1300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환경단체들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을 피해 사례로 내세웠다.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번 판결로 판가름 났다”며 환영했다.

정부에 기후변화 책임을 물은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판결은 2019년 네덜란드에서 이뤄졌다. 당시 네덜란드 대법원은 환경단체 ‘위르헨다(Urgenda)’ 재단이 주도한 소송에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의무가 있다는 하위 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해 아일랜드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한국에서도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아시아 최초다. 지난해 3월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기온 상승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미흡해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정부의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맞추겠다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정부가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힌 온실가스 배출량(NDC)은 5억3600만 t이다. 청소년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정부가 임기 내 NDC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상향할지 단정할 수 없다”며 “해외 판결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라 볼 수 없고, 청소년기후행동의 주장처럼 생명권 환경권 평등권을 침해했다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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