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 수상자 밀그럼 “윌슨이 깨워 수상 소식 알렸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2일 22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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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사는 스승이 수상 소식 알려줘
윌슨 "상금 쓸 곳 없어…우선 저축하겠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경매이론(auction theory)’의 대가인 폴 밀그럼(72)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같은 대학의 로버트 윌슨(83)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밀그럼은 12일(현지시간)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길 건너에 사는 윌슨이 새벽에 문을 두드려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며 “잠을 자기 전이라 내 휴대전화는 무음모드로 설정해둔 상태였다”고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공식 발표 직전 전화를 통해 당사자에게 수상 소식을 전한다.

이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두 사람은 사제 간이다. 회계사로 일하던 밀그럼은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에 입학해 스승인 윌슨을 만났다. 밀그럼은 1979년 경매 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레너드 새비지 상을 받았는데 해당 논문의 지도교수 역시 윌슨이었다.

윌슨은 경매 이론을 통해 이성적인 응찰자들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시장에서 추정한 공통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응찰하는지 보여줬다. 밀그럼은 여기서 나아가 응찰자의 사적인 가치도 경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밀그럼은 ‘응찰자가 새로운 경매 방식을 이해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사례는 어떤 게 있는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의 5세대(5G) 통신망 경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5G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디오 주파수인 C-밴드 주파수(3.7~4.2㎓) 경매 디자인을 제안했다”며 “이를 미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시했지만 당국은 조금 더 전통적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더 나은 방식의 경매 방식을 고안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밀그럼은 이어 “오늘날 모든 데이터를 갖고도 응찰자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투자 회사에서 유전에 입찰할 때 그 밑에 석유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정보는 결국 유전을 확보한 뒤 드릴을 뚫어야지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밀그럼은 “라디오 주파수에 입찰할 때도 그 가치를 알고 싶다면 미래의 수요는 어떠한지, 또 미래에 어떤 기술이 나올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현존하는 데이터가 아닌 추정치다. 추정이 틀리면 결국 ‘승자의 저주’를 받게 된다”고 했다.

경매 과정에서 응찰자가 추정 가치를 알게 되면 기대 이익은 보다 확실해진다는 뜻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에게는 총 1000만 크로네(약 12억6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공동 수상자일 경우 두 사람이 절반의 상금을 받는다.

윌슨은 수상 후 전화로 연 기자회견에서 수상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매우 좋은 소식이다,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기간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쓸 곳이 없다”며 “미래를 위해 저축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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