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참사 6일만에… 레바논 내각 총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물러난 총리 “고질적 부패 탓 사고”… 로이터 “정부수뇌, 지난달 위험 인지”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폭발 참사가 난 지 6일 만에 레바논 내각이 총사퇴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가 폭발 위험을 참사 2주 전에도 보고받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극심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산 디압 레바논 총리는 10일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참사에 책임을 지라는 국민 목소리에 따르겠다”며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4일 베이루트항에서 고위험 인화물질인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6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벌어진 뒤 6일 만에 내각이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 올 1월 내각이 출범한 지 7개월 만이다.

디압 총리는 이번 폭발 사고에 대해 “고질적 부패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부패가 국가보다도 컸다”고도 했다. 자신은 개혁을 추진했지만 뿌리 깊은 부패 정서를 넘지 못했다고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10일 로이터통신은 미셸 아운 대통령과 디압 총리가 베이루트항 창고에 적재된 질산암모늄의 폭발 가능성을 사전에 보고받았다고 레바논 국가안보국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사고가 난 뒤 경위를 파악한 보고서에 이미 대통령과 총리가 지난달 20일 질산암모늄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법당국의 서한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레바논 당국은 고위 관료들이 사고 위험성을 미리 보고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사고 이후 비교적 신속히 내각이 총사퇴를 발표했지만 레바논 정국 불안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엔 18개의 종교와 종파가 뒤섞여 있고,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의회 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총리는 수니파에 배분하는 독특한 권력 배분 장치를 갖고 있다. 다만 대통령과 총리의 지지 기반인 헤즈볼라는 이번 폭발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들은 종교와 종파별로 권력을 나눠 갖는 현재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레바논#내각 총사퇴#베이루트#폭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