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폭발’ 외부공격이냐, 인재냐…이해관계 따라 해석 ‘분분’

뉴시스 입력 2020-08-05 11:52수정 2020-08-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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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재(人災)냐, 외부세력의 공격이냐 등 원인과 배후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아직 사고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諸)세력이 각자 입맛에 맞춰 제각각 다른 주장을 펴는 모양새다.

우선 레바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반미국가 이란은 미국의 사보타주(고의적 파괴행위) 가능성을 들고 나섰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5일(현지시간) 자국 레이더영상을 토대로 레바논과 시리아 해안선에 배치된 미국 해군 정찰기 4대가 베이루트항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직후 전례가 없는 정찰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베이루트항에 지난 9년간 베이루트항에 고위험 폭발물인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매체는 보안전문가들을 인용해 미 해군 정찰기의 활동은 전례가 없던 것이라면서 미국이 사보타주를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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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베이루트항 폭발이 사고가 아니라 폭탄 공격일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공격 배후를 지목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이건 끔찍한 공격처럼 보인다”면서 “우리 위대한 장성 몇몇을 만났다”라며 “그들은 단순히 제조업 폭발 유형(manufacturing explosion type of event) 같은 게 아니라고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종류의 폭탄이었다”라고 했다.

이란과 상극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폭발이 친(親)이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기저장소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사우디와 미국 등은 헤즈볼라가 베이루트항을 통해 이란산 무기를 밀반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책임을 이란에 떠민 셈이다.

사우디 국영TV 계열인 알아라비야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베이루트항에서 발생한 폭발은 헤즈볼라 무기저장소에서 일어났다면서 첫번째 폭발이 발생하자마자 헤즈볼라 병력들이 항구 주변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반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상대로 수차례 감행했던 이스라엘은 이번 사고의 배후로 지목되자 극구 부인하면서 사고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총리, 국방장관, 외무장관까지 나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안하면서 논란 확산 차단에 주력하거 있다.

이스라엘 국방 당국자는 4일 예루살렘포스트(JP)에 “보안군(IDF)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북부 국경지대에서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이번 폭발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언론에 발표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도 같은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이스라엘은 이번 폭발 사고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가비 아슈케나지 외무장관은 N12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폭발은 화재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헤즈볼라도 이번 폭발과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유엔 특별재판소가 오는 7일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그 배후로 지목받는 헤즈볼라가 내부 혼란을 조성, 관심을 돌리려 했다는 일각의 해석을 부인한 셈이다.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는 5일 예정됐던 연설을 연기했다. 헤즈볼라는 전날 폭발사고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 뒤 사고 수습을 위한 범국가적 단결을 촉구했다. 헤즈볼라 소식통은 OTV 레바논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베이루트항에 보관된 헤즈볼라 무기를 공격했기 때문에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레바논 당국은 베이루트항 폭발사고 원인과 배후 세력 유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레바논 최고안보위원회는 전날 미셸 아운 대통령에게 전담 조사반을 구성해 향후 5일 이내 사고 원인을 발표할 것과 책임자에게 최고 형벌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다만 친헤즈볼라 성향인 하산 디아브 총리는 경위 조사보다 사망자 수습과 부상자 치료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알자지라 등은 현지 관료들의 경우 베이루트항에 보관 중이던 질산암모늄을 사고 원인으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최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아바스 이브라힘도 전날 “최근 선박에서 압류돼 베이루트항구에 보관 중인 질산암모늄이 폭발 원인일수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디아브 총리는 “질산암모늄 2750t 가량이 베이루트항 창고에 지난 2014년부터 6년 동안 아무런 안전초치 없이 보관돼 있다는 점을 용납할 수 없다”며 “책임자를 찾아 최고 형벌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레바논 국영 NNA통신과 데일리스타 등 현지 매체들은 5일 오전 1시 현재 베이루트항에서 발생한 두차례 폭발로 적어도 73명이 죽고 37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습과 부상자 치료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는 사망자는 78명으로 보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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